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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필동정담] 검찰내 영혼의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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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정문 앞에서 2018년 9월 현직 경찰 간부가 정복차림으로 1인 피켓시위를 펼친 일이 있다. 경찰대 학생회장을 지냈고 그때에는 서울 동대문경찰서 용신지구대에서 6년차 경찰로 근무 중이던 홍성환 경감 이야기다. 2015년 세월호 추모 집회에서 폭력시위대는 경찰 버스 등을 파손했고 경찰청은 이들을 상대로 7000여만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을 경찰청이 도중에 포기하자 홍 경감은 "불법 폭력시위와 타협하면 그 피해는 국민 세금으로 떠안아야 한다"며 항의했다. 경찰 내부망에 항의글을 올려도 아무 반응이 없자 1인 시위에 나섰던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영혼 없는 관료들이 국정농단을 키웠다"며 공무원들을 다그쳤다. 부당한 명령에는 이의를 제기하거나 불복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박근혜정부에서 핍박받던 공무원들을 발탁했다. 어느 여당 관계자는 "영혼 있는 공무원을 발탁한 것은 문 대통령 인사의 백미"라고 했다.

요즈음 검찰을 둘러싼 갈등이 보기 민망할 지경이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 수사팀이 동시에 검찰총장을 공격하고 있다. 초유의 사태다. 불현듯 홍성환 경감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 그의 근황을 알아보니 지난해 3월 이미 경찰을 그만두고 로스쿨에 다니고 있다. 그는 "불법 시위와 타협하는 경찰에 실망했고 조직에 부담을 주기도 싫어서 스스로 그만뒀다"고 했다. 아직도 공직사회에는 '영혼 있는 공무원'이 설 자리가 커보이지 않는다.

검찰을 둘러싼 갈등은 하루하루 가관이다. 채널A 기자의 부적절 취재 의혹사건에 대한 수사 방식·방향을 놓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공개적으로 맞서고 있다. 영혼과 영혼이 충돌하고 있다. 누군가가 '깨어 있는 영혼'이라면 또 다른 누군가는 '오염된 영혼'일 수도 있을 것이니 이 싸움을 지켜보는 국민이 피곤하고 괴롭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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