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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다시 뛰는 성수동... 한 바퀴 돌아보니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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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수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이 'IT밸리의 대명사가 되겠다'고 선언한 지 10년이 흘렀다. 그 사이 최고급 아파트와 맛집이 들어서면서 핫플레이스가 됐지만 업무지구로서는 별다른 두각을 보여주진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성수동 일대에 공유오피스와 지식산업센터가 속속 들어서면서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래서 직접 가봤다.

성수동 대표하는 IT 기업 안 보이네

성수동은 주거와 상권 활성화가 먼저 이뤄졌다. 지난 2011년 갤러리아 포레 완공, 2012년 분당선 서울숲역이 개통하면서 일대에 맛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들이 생겨나면서 낡은 것과 세련된 것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로 '한국의 브루클린'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하지만 업무지구로서의 성수동은 강남 테헤란로 일대나 구로-가산디지털단지와 비교하면 여전히 초라한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일단 대중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IT 기업이 많지 않다. 카셰어링 업체 쏘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스캐터랩, 에듀테크 기업 에누마코리아, 그리고 큐브엔터테인먼트 정도를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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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스타트업 '스캐터랩'/사진=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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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성수동은 사회적기업 및 소규모 소셜 벤처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2017년 '현대가 3세' 정경선 씨가 주축이 돼 사회적기업을 위한 공유오피스 '헤이그라운드'가 문을 연 이후 소셜 벤처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현재 성동구를 터를 둔 사회적경제기업이 300여개를 넘었다. 실제 점심시간 성수동을 돌아다니면 직장인들의 연령층이 젊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공유오피스&지식산업센터 격전지 부상

성수동은 작은 단위 소셜 벤처가 밀집되면서 공유오피스 격전지로도 주목받는 분위기다. 국내 1위 공유 오피스 기업인 패스트파이브는 성수동에 2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헤이그라운드 역시 성수동에 이어 지난해 서울숲 지점을 열어 사세를 키워가고 있다.

대기업들도 공유오피스 경쟁에 합류했다. KT&G는 성수역 인근에 젊은 창업가를 위한 공유오피스 '상상플래닛'을 완공해 이달 개관을 앞두고 있다. 아주그룹이 투자한 스파크플러스 역시 공장형 복합문화공간 에스팩토리에 약 700평 규모의 성수점을 오픈해 입주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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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공유 오피스 '상상플래닛'/사진=김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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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기업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업체 와디즈는 최근 성수동에 첫번째 오프라인 공간을 열었다.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 역시 성수동에 신사옥을 짓고 있다.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 역시 지난해 한국 진출을 위한 첫번째 매장으로 성수동을 선택하기도 했다.

SK디앤디 '성수동 큰손'으로 부상

또 주목할 곳은 성수동에 들어서는 지식산업센터다.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렸던 기존 지식산업센터가 제조업체를 위해 다소 투박한 모습이었다면 요즘 들어서는 지식산업센터는 IT 기업과 스타트업을 위해 소규모 섹션오피스에다 공용공간을 대폭 늘리는 등 공유오피스와 닮아가는 중이다.

현재 성수동 일대는 현대 테라스타워, 서울숲 에이원타워, 성수 AK밸리 등 신규 지식산업센터가 줄줄이 들어서는 중이다.

특히 SK그룹 계열 부동산 개발회사인 SK디앤디가 성수동 큰손으로 부상했다. SK건설, 태영건설과 함께 최고 20층짜리 지식산업센터 3개 동을 짓는 대규모 공사를 마무리하고 올 하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와 별개로 SK디앤디는 올 1월 성수동에 '에피소드 101'이라는 2030세대를 위한 공유 주거 공간도 운영하는 등 성수동 지형을 바꾸는데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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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문을 여는 성수 SKV1 센터 / 사진=김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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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위한 새로운 공간들이 생겨나면서 주변 부동산도 들썩거린다. 성수동에서 활동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에서 지식산업센터가 평당(3.3㎡) 1000만원을 넘은 곳은 성수동이 유일하다"라며 "성수동에 오피스와 지식산업센터가 너무 많이 지어지고 있어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말은 듣던 또다른 공인중개사는 "성수동은 강남과 바로 연결되고 주거 여건과 상권이 좋아 시간이 지나면 기업이 계속 들어올 것"이라면서 "현재 한강변에서 유일하게 50층짜리 아파트 재건축도 논의되고 있어서 땅값이 들썩거리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업무지구로서의 성수동에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한 개발자는 "최근 성수동 오피스 임대 가격이 강남과 맞먹는다. 그 돈을 주고 옮겨야 할 이유가 아직 없을 것 같다"면서 "지식산업센터는 사무실을 비싸게 임대하거나 분양받아야 하는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법인세 감면 같은 세제 혜택도 서울 바깥으로 나가야 받을 수 있다. 성수동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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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도시장 입구. 한때 서울 3대 시장으로 불렸던 이곳은 현재 50층 아파트 재건축이 논의되고 있다 / 사진=김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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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수 기자 imsu@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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