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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미국 대선서 맞붙을 트럼프·바이든, '극과 극' 독립기념일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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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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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 있는 역대 미국 대통령 4명의 두상 조각을 배경으로 서 있다. 러시모어산|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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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경쟁하게 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244주년 되는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극명하게 대조되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우리 역사를 지우려는 무자비한 캠페인을 보고 있다”면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며 동상 철거 운동을 벌이는 시위대를 맹비난했다. 민주당 대선후보롤 사실상 확정된 바이든 전 부통령은 4일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에서 “우리나라에서 체계적인 인종주의를 뿌리뽑을 기회가 우리에게 있다”면서 미국 건국 이념인 평등을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코로나19로 약 13만명이 사망하고 경제적으로도 심각한 타격을 입은데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 여야의 유력 대선후보가 정반대의 인식을 내보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대 대통령 4명의 얼굴을 새긴 사우스다코다주 러시모어산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기념 불꽃놀이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분노한 폭도들이 우리 건국자들의 동상을 파괴하고, 우리의 가장 신성한 기념비들을 훼손하며, 우리 도시들에 폭력적인 범죄를 촉발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이어 흑인 노예제 존속을 주장하며 남북전쟁을 일으킨 남부연합 정치인 및 장군들의 동상을 비롯해 각종 기념비들이 공격받고 있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의 정치적 무기 중 하나인 ‘문화전쟁’은 사람들을 일터에서 몰아내고, 반대자를 모욕하며,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완전한 항복을 요구한다”면서 “이는 바로 전체주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학교, 우리의 언론사, 심지어 우리 기업의 이사회에서도 완전한 충성을 요구하는 새로운 극좌 파시즘이 있다”면서 “실수하지 말자. 이 좌경 문화혁명은 미국 독립혁명을 전복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고, 품위를 손상하지도 않을 것이며, 나쁘고 악한 사람들에게 겁먹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들에게 미국의 모든 가치, 역사, 문화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한 러시모어산은 조지 워싱턴·토머스 제퍼슨·에이브러햄 링컨·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미국에서 존경받는 역대 대통령 4명의 얼굴을 거대한 바위에 새긴 곳으로 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극좌 파시스트로 규정하고 그들이 미국의 역사를 지우려는 문화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한 것은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백인들에게 위기감을 고조시킴으로써 자신에 대한 지지를 공고하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극좌, 파시스트, 전체주의 등의 용어를 동원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백인과 흑인을 편가르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으며 그렇지 않아도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에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이날 불꽃놀이 행사자 약 7500명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거리두기를 무시했고, 마스크도 거의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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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6월 3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학교 체육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윌밍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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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방송은 “많은 미국인들이 국가적 영웅들의 인종적 악행들을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고, 수그러들지 모르는 감염병 유행에 맞서고 있을 때 최고 사령관은 질병 전염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과학적 증거조차 무시하면서 문화적 변화에 대한 공포를 조장함으로써 미국을 뒤로 후퇴시키려고 시도했다”면서 “문화전쟁이라는 모닥불과 다를 바 없는 경악스런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미국을 끝장내려는’ 의도를 가진 비도덕적인 좌익 폭도라는 틀에 가두기 위해 러시모어산의 금요일 밤을 배경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분열을 초래하는 문화전쟁”과 같았다면서 “불길한 언어와 이미지를 동원한 염치없는 호소”였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도 ‘인종’을 독립기념일 축하 메시지의 주요 주제로 삼았지만 정반대의 접근법을 보였다. 그는 과거 민권운동 장면을 담은 기록 영상이 배경으로 흐르는 가운데 수세기에 걸친 인종주의,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그리고 지난 5월 말 발생한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언급하면서 미국이 건국 이념에 따라 살아오지 않았지만 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우리 나라는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을 자명한 진리라고 생각한다.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사상 위에 세워졌다”면서 “우리는 그에 부응해 살지 않았다.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도 그랬다. 그는 노예를 소유했다. 여성들도 제외됐다”고 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그러나 제안된 이상 그것은 억눌릴 수 없는 사상이었다”면서 “이 모든 것을 통하여 그 단어들은 우리의 양심을 물어뜯고 우리가 정의 앞에 서도록 끌어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우리에게는 우리나라의 체계적인 인종주의의 뿌리를 뽑아낼 기회가 있다”면서 “우리에게는 이 나라가 기초한 말들에 부응하며 살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전혀 거론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모어산 연설과 선명하게 대비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인종주의 문제에는 눈을 감고 동상 철거 운동의 과격성만 부각시킨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국에 인종주의가 여전히 존재함을 인정하고 변화를 약속한 것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비해 흑인 및 유색인종 유권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점이 이같은 차이의 원인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립기념일 당일인 4일 밤 워싱턴 백악관에서 전년에 이어 두번째로 ‘미국을 향한 경례(Salute to America)’ 파티를 열었고, 바이든 전 부통령은 흑인 여성들을 위한 잡지인 ‘에센스(Essence)’가 화상으로 개최한 음악 축제 행사에 참석했다.

미국 독립기념일은 1776년 7월 4일 미국 내 13개 영국 식민지 대표들이 필라델피아 의회에 모여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공식 문서에서는 처음으로 독립선언서에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명칭이 사용됐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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