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 불허 직후부터 1인 시위 성명 발표 이어져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를 알린 여성 활동가들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사법당국을 비판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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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아동성착취물 거래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의 운영자 손정우에 대한 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에 사법부를 겨냥한 여성계의 분노가 거세게 일고 있다. 송환 불허 결정 다음날인 7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동문 앞에서 열린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시위촉구팀 '엔드'(eNd)의 사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대학생 최모(24)씨는 "손씨의 송환 불허 결정 직후부터 분노가 일어 종일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기자회견 소식에 1시간 전부터 나와 기다렸다"고 말했다.
송환 불허 결정문이 나온 직후부터 중앙지법 앞에서는 사법부를 규탄하는 1인 시위가 이어졌다. 6일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사법부는 신뢰를 스스로 내팽개쳤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고, 7일 여성의당과 엔드가 사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8일에는 시민모임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이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항의 시위를 이어받는다.
이날 엔드는 기자회견에서 "한국 사회가 여성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많은 성범죄자에게 '솜방망이'식의 처벌을 하며 그들을 보호해 준 모습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며 "대한민국에 정의는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내일의 범죄자에게 용기를 주는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한 만큼, 정부 또한 사법부의 결정을 방관한다면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를 운영한 손정우가 미국 송환이 불허된 6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의왕=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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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가장 큰 이유는 20만건의 아동ㆍ영유아 성착취물을 유통시키고 제작까지 유도한 사이트 운영자가 고작 실형 1년 6개월을 끝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는 사실이다.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W2V를 통해 성착취물을 다운로드 받은 사용자가 해외에선 5년형을 선고 받는데, 운영자가 1년 6개월을 선고 받는 것은 터무니 없이 가벼운 처벌이었다"며 "사법부에는 아동성착취물을 폭력의 전 단계로 가볍게 보는 시각이 있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W2V 자체가 사용자들이 아동성착취물을 계속 만들도록 촉진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이처럼 경미한 처벌은 성착취 피해의 성격을 재판부가 전혀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재판부의 결정문을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공대위는 성명에서 "사법부가 '손정우가 한국에 있어야 아동청소년대상 성착취를 발본색원할 수 있다'라고 쓴 결정문 문장이 진심인지 궁금하다"라고 밝혔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결정문에서는 국내 수사를 위해 미국에 보내선 안 된다고 했는데, W2V건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으로 이미 끝난 수사"라며 "한국의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형량이 매우 낮은 현실에서 우리의 양형기준을 강화하고 젠더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시점에 손씨의 송환 불허 결정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이 끼칠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가 높다. 이 상임대표는 "아동성착취범에 대한 처벌 의지가 약하다는 것을 보여준 상황에서, 만약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아동대상 성착취를 하고 떠났을 때 가해자 처벌을 위해 송환 요청을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동문 앞에서 한 시민이 사법부의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결정을 규탄하는 내용의 손 피켓을 들고 서 있다. 박소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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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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