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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故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팩트체크]박원순 성추행 가해자 취급…'사자 명예훼손'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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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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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오른쪽 두번째)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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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식에 대한 문제제기와 성추행 혐의에 대한 거론을 두고 '사자(死者)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는 확정적인 게 아니기 때문에 이를 언급하는 게 '사자 명예훼손'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부시장 출신인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박원순 시장이 가해자라고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사자 명예훼손"이라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주장하기도 했다. 진 의원은 박 시장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서도 '사자 명예훼손에도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진성준 "박원순 시장, 가해자로 기정사실화는 사자 명예훼손"



진 의원 등의 주장은 고인이 된 박 시장에 대해 제기된 성추행 혐의가 확정적으로 '유죄'가 나오거나 확실한 증거가 제시된 게 아니기 때문에 이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사자 명예훼손'이라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곧 종결 예정인 이 사건에 대해선 실제로 박 시장에 의한 성추행 등이 있었는지 등 '실체적 진실'을 알 수 없는 상황임에도 박 시장의 혐의를 논하는 게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되고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도 문제될 수 있다.

진 의원 등이 쓴 '사자 명예훼손'이란 용어는 일상 용어가 아니라 형법에 들어있는 '죄명'이다. 진 의원 등도 형법상 죄명임을 모를리 없기 때문에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함부로 거론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암시하거나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고인에 대한 '허위 사실 적시'일 경우에만 사자 명예훼손 인정 돼



실제로 형법 제308조에 규정된 사자 명예훼손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다.

다만 '사자 명예훼손'은 '허위의 사실'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다시 말해 '죽은 이에 대해 허위의 사실을 공연히 적시하는 경우'에 한해 처벌 가능성이 있다.

박 시장에 대한 성추행 혐의를 거론하는 게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되려면 전 비서의 고소내용이 거짓이거나 고소사실 자체가 없었어야 한다.

만약 누군가 '박 시장을 전 비서가 성추행으로 고소했다' 정도로 거론했다면 이는 '사실'에 해당한다. 실제로 고소했던 사실은 경찰도 인정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소한 사실'을 거론하는 것은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없다. 현재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내용들도 대부분 '성추행 고소 사실'에 관련된 것이므로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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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리는 가운데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0.07.13. 시사저널 최준필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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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강제추행 가해자"란 주장, '사자 명예훼손' 해당되려면 '허위 사실' 여부 따져봐야

그런데 전 비서와 그를 법률대리하는 변호사 등이 주장하는 상세한 강제추행 등의 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하고 강제추행이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거나 글로 쓴다면 이에 대해선 '사자 명예훼손'이 되는 지를 따져봐야 한다. 성추행이 없었던 일이거나 허위의 사실이라면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있다.

'사자 명예훼손'은 친고죄다. '고소권자'가 고소해야 검사에 의한 공소제기가 가능하다. 만약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거론한 것에 대해 사자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한다면, 고소권자는 '유족'이 된다.

유족이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가 '거짓'이라고 믿고 해당 내용에 대해 거론하는 이들을 '사자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면, 실제 강제추행 등이 있었는지가 재판에서 밝혀질 수도 있다.


전두환 '사자 명예훼손' 재판, '헬기 사격' 사실 유무가 관건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형사재판도 같은 구조다.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전씨는 2017년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쓴 바 있다. 조 신부가 생존해 있었다면 전 씨의 회고록은 형법 제309조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있다. 하지만 회고록이 출간된 시점 이전에 조 신부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따라서 '사자 명예훼손' 해당 여부만 문제됐고 검찰은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했다.

조비오 신부가 목격했다는 80년 5월 광주에서의 계엄군 헬기 사격이 거짓이라는 게 전씨 주장이다. 전씨에 대한 재판은 광주에서 헬기사격이 실제로 있었는지가 주 쟁점이 돼 있다.

실제 헬기 사격이 있었다면 조 신부의 목격담은 진실이 된다. 그렇다면 전씨가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이 없었다며 조 신부를 비난한 것은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사자 명예훼손'이 된다. 반대로 헬기 사격이 없었다면 조 신부를 비난한 전씨의 명예훼손 행위는 '사실 적시'였기 때문에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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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광주=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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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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