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故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비밀누설∙직무유기 고발,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규명 길 열리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성추행 의혹 ‘공소권 없음’ 처분해도

경찰∙청와대 ‘피소 사실’ 흘렸는지

서울시 직무유기 했는지 수사 가능

“재발 방지 위해 유출 의혹 규명을”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도 거론

책임 유무 가리려면 조사 불가피


한겨레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성추행 고소 사실이 외부로 유출된 의혹을 밝혀달라는 고소장이 접수되면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지 관심이 모인다. 박 시장 사망으로 피해자가 고소한 사건은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종결되지만, 유출 의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 성추행 의혹 관련 사실관계 확인이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활빈단 등 시민단체는 14일 경찰과 청와대 관계자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서울시 관계자를 직무유기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보안이 유지돼야 할 성추행 고소 건이 피의자인 박 시장에게 바로 전달됐을 가능성 때문에 불거졌다. 피해자는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고소 사실은 당일 서울지방경찰청→경찰청 생활안전국→청와대 국정상황실로 보고됐다. 고소인 조사는 당일 이뤄졌고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박 시장은 고소인 조사가 끝난 9일 오전 10시44분쯤 공관을 나섰고 자정을 넘긴 시각에 숨진 채 발견됐다. 성추행 의혹 고소 건을 알게 된 ‘누군가’가 이를 박 시장에게 귀띔했을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와 경찰 쪽은 “박 시장에게 고소 사실을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서울시 임순영 젠더특보가 고소 사실을 인지하고 박 시장에게 이를 전달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공무상 비밀누설은 공무원이나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했을 때 적용되는 혐의다. 이를 확인하려면 공무상 비밀의 내용이 특정돼야 하므로 박 시장 성추행 의혹의 실체를 살펴볼 수밖에 없다. 박 시장 사망으로 가해자로 지목된 그의 입장을 들을 수는 없지만, 피해자의 고소 내용과 경찰 진술, 두 사람 간 휴대전화에 담긴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은 수사 과정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성범죄 피해자의 고소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소 사실 유출 의혹을 엄중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날 피해자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신속하게 (박 시장이) 메시지를 보낸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담당 수사팀에도 절대적으로 보안을 유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런 이유로 고소장을 접수하고 정보가 나가지 않도록 바로 그날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소 사실 유출은 가해자의 증거인멸을 가능하게 하는 등 사실상 수사 방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피해자가 고소장을 낸 지난 8일부터 박 시장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 등을 살펴보면 고소 사실을 누가 알려줬는지 ‘통보자’는 압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는 서울시 관계자들의 직무유기 혐의 수사에서도 성추행 의혹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 수행을 거부하거나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성립하는 게 직무유기죄다. 서울시 관계자들이 피해자의 피해 주장을 뭉갰는지 수사하는 과정에서 해당 공무원의 직무를 파악하려면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 내용도 함께 확인할 수밖에 없다.

국가를 상대로 한 피해자 쪽의 손해배상 소송도 사실관계 확인 방법으로 거론된다. 서울시장 재직 중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국가의 사용자 책임이 발생해 민사소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가의 책임 유무를 가리려면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사실인지 조사가 불가피하다. 다만 손해배상 사건은 소송 기간이 길어 이른 시일 안에 성추행 의혹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네이버 뉴스판 한겨레21 구독▶2005년 이전 <한겨레>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