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7)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인정됐다.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이 15일 오전 항소심 선고공판을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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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15일 전 남편에 대한 살인 및 사체손괴, 은닉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중대한 생명 침해, 잔인한 범행방법, 피해자 유족의 고통을 고려해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범행에 제공된 물건을 몰수한다”고 밝혔다.
전 남편 살해사건의 쟁점은 우발적 범행인지, 계획적 범행인지 여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성폭해에 대항한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범행장소인 펜션 내에서 발견된 혈흔 형태분석 결과 칼을 휘두른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인 차량에서 수거한 이불에서 피해자의 혈흔과 DNA, 졸피뎀도 검출됐다”고 말했다.
피해자인 전 남편이 재판을 통해 2년만에 아들과의 면접교섭권을 얻었으며, 2차 면접날까지 지정되고 아들이 있는 공간에서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고, 피고인의 성폭행 진술도 일관되지 않는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경찰 신고가 아닌 마트 환불과 같은 이례적인 행동을 했고 피해자를 가장해 허위의 문자를 보냈던 정황증거를 종합하면 성폭행에 대항한 우발적 범행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사건 현장 내 피해자의 혈흔 형태, 살해도구와 청소도구를 사전에 구입한 점, 인터넷 검색 내용, 휴대전화 조작 등을 감안해 우발적인 범행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씨는 지난해 5월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뒤 27일까지 펜션에 머물며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고씨는 28일 저녁 시신을 실은 자신의 차량과 함께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빠져나가면서 시신을 버리고, 29일부터 31일 새벽 3시쯤까지 경기 김포에 있는 가족 명의 아파트에 머물며 2차로 시신을 훼손해 버려 은닉했다. 지난해 6월1일 청주 자택에서 체포됐다. 전 남편의 시신은 현재까지 찾지 못했다.
반면 의붓아들 ㄱ군(당시 5세)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항소심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직접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간접증거만으로도 인정은 가능하지만 합리적 의심이 허용되서는 안된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어 원심과 같은 무죄로 판단하고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말했다.
고씨는 지난해 3월2일 오전 4∼6시쯤 충북 청주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 ㄱ군 등 뒤에 올라타 뒤통수 부위를 강하게 눌러 살해한 혐의로 추가기소됐다. ㄱ군이 할머니와 살던 제주에서 지난해 2월28일 친아버지가 있는 청주로 거주지를 옮긴 지 사흘 만에 발생한 사건이다.
검찰은 증인으로 출석한 법의학자의 말을 종합할때 피해자 ㄱ군의 사인은 누군가의 외력에 의한 압착성 질식사이고, 범행 추정 시간에 고씨가 깨어있던 점 등 의심스러운 행적을 감안할때 피고인인 고씨가 ㄱ군을 베개로 눌러 질식시켰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사망 전 피해자가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한 상태였고, 체격도 왜소하며 친부도 깊은 잠에 빠져있던 점을 감안할때 가능성은 낮지만 의붓아들이 현 남편(ㄱ군 친부)의 다리 등에 눌려 질식사하는 ‘포압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성 시반이나 사후경직 상태만으로는 정확한 사망시각 추정이 어렵고, 피고인의 사건당일 오전 2시35분부터 36분까지 안방 컴퓨터로 인터넷을 검색한 사실은 디지털기록분석에 문제가 있어 증명력이 번복됐다”며 “피해자 사망추정시각에 피고인이 깨어 집안을 돌아다녔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남편에게 수면제 성분의 약을 차에 타서 마시게 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경험칙상 발각될 위험이 높은 범행방법을 택했는지도 의문이 든다”며 “피고인과 남편과의 문자를 보면 적개심 있는 내용도 있으나 화해한 이후에는 다시 다정한 문자를 보내는 등 통상적인 부부관계를 보였고, 남편과의 관계유지를 위해서는 임신하거나 피해자를 양육해야 한다는 것도 인지했던 점을 감안할때 살해 동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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