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연구진이 개발한 ‘염료감응 베타전지’. 대구과학기술원(DGIST) 제공

국내 연구진이 충전이 필요 없는 신개념 배터리인 ‘베타전지’ 실용화에 한발짝 다가섰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공학전공 인수일 교수팀은 별도 충전 없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다 가격도 저렴한 ‘염료감응 베타전지’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케미컬 커뮤니케이션즈’ 최신호에 게재됐다.

최근 지구촌에선 전기차와 사물인터넷(IoT) 등이 확산하면서 배터리 수요가 늘고 있다. 하지만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 등은 수명이 비교적 짧아 미국과 러시아 등에서 이를 대체할 신기술인 ‘베타전지’ 연구가 활발하다.

베타전지란 방사성 동위원소에서 방출된 베타 전자가 방사선을 흡수하는 반도체에 충돌하면서 전기를 만든다.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충전이 필요 없다. 베타전지의 수명은 방사선의 힘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반감기에 비례하기 때문에 교체 주기가 매우 긴 것이 장점이다. 베타선은 인체 유해성과 투과도가 비교적 낮아 안전성도 높은 편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기존 베타전지에서 방사선을 흡수해 전기를 만드는 반도체 물질이 고가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일종의 금속인 류테늄 계열의 ‘N719’라는 염료로 반도체를 대체해 가격을 낮췄다.

또 베타선을 방출하는 동위원소로 ‘탄소-14’를 탑재해 베타전지 내부 구조를 단순화했다. 탄소-14를 나노입자 형태로 만들어 전지의 에너지 밀도도 높였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염료감응 베타전지’가 10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탄소-14는 반감기가 5730년에 이르러 상용화가 된다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예상했다. 우주나 심해 등에서 활용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인수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값싼 염료를 적용해 베타전지를 개발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안전하고 저렴한 베타 전지 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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