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일대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 연합뉴스 |
수돗물 속 깔따구 유충 사태가 확산하면서 정부가 전국 정수장과 배수지에 대한 긴급점검에 나섰다.
17일 환경부는 “최근 인천 지역에서 수돗물 유충 민원이 발생함에 따라 홍정기 환경부 차관 주재로 시도 상수도사업본부장, 유역환경청장, 한국수자원공사 등 물 관련 기관 관계자들과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전국의 정수장·배수지 등에 대한 위생상태를 긴급 점검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전국 정수장·배수지 등을 점검해 유충이 발생할 경우 한국수자원공사 유역수도지원센터 등 전문기관의 협조를 받아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수돗물 유충 사태는 인천 서구지역에서 시작됐다. 지난 9일 인천 서구 왕길동에 있는 한 빌라에서 “수돗물에 유충이 보인다”는 민원이 처음으로 들어왔다. 이후 인천에서는 ‘수돗물 유충’ 관련 신고가 100건 넘게 접수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천 수돗물 유충 관련자를 처벌해달라는 글도 올랐다.
경기도에서도 “수돗물에 유충이 보인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지난 15일 화성 동탄지역 아파트에서는 유충 관련 민원 3건이 들어왔고, 시흥에서도 16일 가정집 수돗물에서도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환경부는 “한강유역환경청에서 현장확인을 했으나, 신고세대 외에는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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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따구 유충, 염소에도 48시간 동안 생존
깔따구 유충. 환경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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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최근 인천시에서 발생한 유충이 공촌정수장 수돗물의 맛·냄새·미량유해물질 등을 제거하기 위해 설치한 입상활성탄지에서 번식된 깔따구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입성활성탄지와 민원제기 지역에서 발견된 유충이 동일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깔따구 유충은 1~2㎜로 가늘고 짧으며 철사 모양의 지렁이 또는 짙은 붉은색을 띤 실지렁이와 유사한 형태를 띤다. 특히 염소에 대한 저항성이 강해 잔류염소 50mg/L에서 48시간 처리한 후에도 생존한다는 보고가 있다. 보통 수돗물에는 잔류염소가 0.1mg/L∼1.0mg/L 범위로 포함돼 있다.
인천시는 문제가 된 공촌정수장의 입상활성탄지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이에 따라, 유충이 추가로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다만, 입상활성탄을 거쳐 공급된 공촌정수장 공급계통의 관로나 배수지 내에 남아 있는 유충이 일부 지역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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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유충 번식 원인 조사
16일 오후 인천시 서구 공촌정수사업소 입구 전광판에 수질기준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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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환경부는 공촌정수장과 동일한 공정을 운영하는 정수장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2018년을 기준으로 국내 총 484개 정수장 중 44곳(9%)이 현재 입상활성탄을 도입·운영 중이다. 나머지 일반 정수장에 대해서도 운영관리 실태와 깔따구 등 소형생물 서식 여부 등을 긴급점검할 계획이다.
상수도 전문가들은 저수조 청소나 배수지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소규모로 유충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인천시처럼 수돗물을 공급받는 주택에서 유충이 다수 발생한 건 통상적인 일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인천시와 한강유역환경청은 공동으로 원인조사반을 구성해 활성탄지에서 유충이 어떻게 번식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보다 명확한 원인조사를 할 계획이다.
신진수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은 “수돗물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인천시와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며,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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