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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경제통]집값 되레 끌어올렸다···김현미가 간과한 '세금폭탄'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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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

중앙일보

정부가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놓은 가운데 12일 서울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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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율을 올리면 과연 수도권 집값이 떨어질까. 정부는 주택 가격을 잡겠다며 지난 10일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를 한꺼번에 올렸다. 세금 부담을 이기지 못한 사람부터 집을 내놓기 시작하면 집값이 내려갈 것이란 계산이다. 그러나 경제학과 통계는 정부 예상과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해준다. 역대 정부에서도 부동산 세수가 늘면, 시차를 두고 집값과 전·월세가 더욱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



부동산 세금, 집값에 어떤 영향?



중앙일보는 19일 한국납세자연맹이 계산한 연도별 취득세·재산세·종부세·양도세 등 부동산 세수와 한국감정원의 서울 아파트 실거래·전세 가격 지수 간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대체로 부동산 세수 급증 이후에는 집값이 뛰었다. 반대로 세금 부담이 낮아진 뒤에는 집값이 안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 세수가 주택 매매·전세 가격보다 앞서서 움직이는 선행지표처럼 작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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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수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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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출범한 참여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고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무겁게 매겼다. 부동산 세수는 2003년 18조7385억원에서 2007년 31조9818억원으로 70.7% 증가했다. 주택가격도 함께 뛰었다. KB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참여정부 집권 기간 동안(2003년 2월~2008년 2월)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56.6% 늘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 역시 오름세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세제는 완화 기조로 바뀌었다. 노무현 정부 말년인 2007년 정점을 찍은 세수는 2009년까지 2조원 가까이 줄었고 이후 박근혜 정부 출범(2013년)까지 이런 기조는 유지됐다. 한국감정원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 지수 상승률은 2008년 2월부터 2013년 2월까지 -6.2%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도 출범 이후 1년 동안 하락 추세를 보였다.

박근혜 정부도 세제 완화 기조를 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가 진정되고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펴면서 재임 기간(2013년 2월~2017년 4월) 서울 아파트 가격 실거래가 지수는 12.6% 올랐다. 이땐 부동산 세율을 높이진 않았지만,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취득세·양도세를 중심으로 세수가 늘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꾸준히 세율을 높이고 납세 범위를 넓혔다. 세수는 2016년말 46조6087억원에서 2018년까지 2년 새 18.5%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도 2017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14.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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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수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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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폭탄'? 나랑 뭔 상관?



주택 가격 결정에는 수요·공급과 시중에 풀린 현금, 교육·교통·생활인프라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 여기에 조세 부담도 상품 수요·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세금만큼 비용이 늘면 주택 공급이 줄고, 그만큼 주택 가격과 전·월세가 오른다. 조세 부담 전보다 더 비싼 값에 주택을 거래할 수밖에 없어 실수요자·세입자에 세금 부담이 전가된다. 경제원론에도 나오는 '조세 부담의 귀착' 원리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세금만 올리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허황된 주장일뿐더러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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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정책(시장은3).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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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중요해?



국내 주택 통계에서도 확인되는 이 원리는 '세금 폭탄'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문재인 정부 정책이 거꾸로 집값·임대료 폭등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세율 인상의 목적을 "증세가 아니라 불로소득 차단"이라고 밝혔지만, 집값이 더 오르면 불로소득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7·10 대책 이후 서울 강남권 등지에서 또다시 가격이 뛰는 현상이 연출되는 것은 세율 인상에 대응한 경제적 선택의 결과인 것이다.

서원석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세금 부담이 늘면 집을 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차피 시장 내 물량이 없기 때문에 세금을 높이면 가격은 오른다는 심리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설사 세금 부담을 못 이긴 다주택자가 집을 팔더라도 그 돈이 이자율이 낮은 예금으로 가지 않는다"며 "서울 강남권 등 인기 지역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몰려 최근 강남 집값이 다시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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