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3년부터 5000만원 넘는 금융투자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걷는다. 주식과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투자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규정하고 5000만원 이상 소득에 대해선 20% 소득세를 부과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지난달 금융과세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며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세금을 신설하고 대신 증권거래세를 단계별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증시자금 이탈 우려가 나오자 기본공제 기준을 대폭 상향하고 이월공제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완화했다. 코로나19(COVID-19) 국면에서 증시를 지지한 개인투자자(개미) 의욕을 꺾지 말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수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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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금융투자소득세 신설, 연간 5000만원 이상 투자소득 과세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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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22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2020년도 세법개정안을 의결하고, 2023년부터 기본공제 금액 5000만원 이상 금융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과세한다고 밝혔다. 주식이나 채권거래, 펀드 파생상품 등이 대상이며 과세표준 기준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은 25%를 과세한다.
현행 거래액의 0.25%인 증권거래세는 2023년까지 0.1%p(포인트) 인하한다. 2021년과 2023년 각각 0.02%p, 0.08%p씩 낮춘다. 금융투자에서 이득보다 손실이 클 경우 5년 동안 결손금을 이월공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1년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은 5년 사이 이익에 합산해 순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계산하도록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복잡하고 상이한 과세방식이 쉽고 단순하게 돼 조세중립성이 확보될 것"이라며 "다양한 금융상품 출현 등 금융시장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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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의욕 꺾지 말라" 한마디에 1.2조 내놓은 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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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국회 개원식에서 개원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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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지난달 금융투자소득세를 발표하면서 기본공제금액을 2000만원으로 설정했다. 증권거래세 인하도 2022~2023년 2년간 단계별 인하를 예정했으나, 금융투자소득세 신설이 개인투자자의 투자의욕을 꺾을 것이라는 우려에 한발 물러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주식시장을 떠받쳐 온 동력인 개인투자자를 응원하고 주식시장 활성화에 목적을 둬야 한다"고 지시, 금융투자소득세 설계 변경을 주문했다.
이에 기재부는 상위 2.5% 투자자에 대해 과세할 수 있도록 기본공제금액을 5000만원으로 올리고, 증권거래세 인하 시기도 1년 앞당겼다. 금융투자세 신설시기도 2022년에서 1년 미루고 세금 원천 징수 시기도 월별에서 반기별로 조정해 '복리효과' 훼손을 막았다.
동일한 대상 투자임에도 기본공제가 없어 역차별 논란을 불러온 공모 주식형 펀드도 주식투자와 같이 기본공제 5000만원 대상에 편입했다. 결손금 이월공제 기간 역시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등 투자 친화적 설계에 주력했다.
기본공제금액 상향으로 당초 세금개편안보다 금융투자소득세 8000억원이 덜 걷힌다는 게 기재부 측의 설명. 증권거래세 조기 인하로 2021년 감소하는 세금은 4048억원이다. 세수 증가 효과를 포기하고서라도 '동학개미를 상대로 증세한다'는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다.
홍남기 부총리는 "금융투자소득과세를 도입해도 현재보다 8000억원 이상 세부담이 감소한다"며 "상위 2.5%를 제외한 대부분 주식투자자는 현재와 같이 주식양도차익 비과세 혜택을 누리면서도 증권거래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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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5% 개미는 괜찮아? 전업투자자 반응은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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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 참석, '2020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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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충격에도 증시를 떠받친 동학개미를 배신하지 않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소득세 신설을 놓고 여의도 금융투자업계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일반 직장인의 여유자금 투자는 금융투자소득 대상에서 벗어나 있지만 전업투자자는 세제개편 직접 영향권에 드는 탓이다.
여의도에서 3억원대 자금을 운용하는 전업투자자 A씨는 연간 목표수익률을 30%로 잡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9000만원에서 1억원 수준. 2023년 이후 매년 800만원가량 세부담이 발생한다.
주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일이 많고 연간 단위로 수익을 내야 하는 전업투자 특성상 손실이월공제나 과세회피를 위한 반기별 수익실현 등은 '그림의 떡'이라는 설명이다.
A씨는 "목표수익률 달성하기 위해선 금융투자소득 과세를 피할 길이 없어 대형주 선물거래 등을 알아보고 있다"며 "전업투자 종잣돈 최소 수준이 2억~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전업투자자 대부분 과세대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소득 과세에도 증권거래세 폐지 방침이 서지 않은 것 역시 이중과세 논란으로 남을 전망이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 방침을 세우고 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한 일본 사례와 달리 정부는 현재로선 거래세 폐지 방침은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기본공제금액 기준을 낮추거나 증권거래세 폐지계획을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이번 개편안은 소득세를 부과하면서 (그에 따라) 거래세를 낮추는 것"이라고 이중과세 논란을 부인했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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