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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故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박원순 성추행 사건, 2시간30분만에 청와대 귀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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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소사실 유출’ 사건으로 경찰의 청와대 보고 관행이 문제로 떠올랐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주요사항’으로 인식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설명인데, 주요 사항에 대한 적절한 기준이나 외부보고 규정 등이 없다.

특히 이번 사건의 청와대 보고와 피소 유출은 향후 고위직 성폭력을 신고해야할 피해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신의 피해사실이 청와대 등 외부에 바로 알려지고, 나아가 피고소인에게까지 전달될 수도 있어서다.


원칙 없는 경찰의 청와대 보고...'성추행 고소', 2시간30분 만에 청와대까지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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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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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이 ‘박원순 피소’를 알린 법적 근거는 정부조직법 11조이다. 정부조직법 11조는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법령에 따라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ㆍ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등 국정운영 체계에 따라 보고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지만 구체적인 외부보고 기준이나 규칙이 없는 상황이다. 이번 보고도 관행대로 진행됐다.

성추행 피해자는 지난 8일 오후 4시30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바로 조사를 받았다. 박원순 피소 사실은 거의 바로 수사 라인을 통해 서울경찰청장에게 보고됐고, 오후 6시쯤 경찰청(본청)에 전달됐다. 경찰청은 오후 7시쯤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보고했다.

피해자가 고소장을 접수한지 2시간30분만에 청와대까지 박 전 시장 피소사실이 보고된 것이다. 피해자는 다음날 오전 2시30분에야 조사를 마쳤다.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김혜정 부소장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추가로 진행하고 있는 피해자 진술이나 제출 자료, 추가 고소도 현재 청와대에 보고되고 있는지' 질문하게 된다"며 "구체적인 보고방식, 보고내용, 보고대상의 안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내부보고는 유명 연예인도 대상...차기 경찰청장 "외부보고 규칙 명확하게 규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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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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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보고와 관련된 규정이 없으니 보고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도 불명확하다. 단순히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만 전달이 된 것인지, 구체적인 고소 내용까지 보고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보고의 대상인 ‘주요사항’에 대한 기준도 없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을 보면 장·차관, 국회의원, 자지단체장, 4급이상 공무원, 유명 연예인 등이 연루된 중요사건은 보고 사안이다. 하지만 이 규칙은 경찰청 내부보고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외부 보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경찰청 치안상황실 운영규정에는 ‘사회적 이목이 집중될 우려가 있는 각종 사건’을 주요사항으로 정해놨지만 112신고 운영이 주요 업무인 치안상황실은 이번 사건과 결이 다르다. 치안상황실은 이번 사건의 수사라인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검찰의 경우는 ‘검찰보고사무규칙’을 통해 외부인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하는 기준을 정해 놨다. 해당 규칙은 보고 대상과 절차, 보고서 작성 방법 등을 규정했다. 검찰 수사 정보를 청와대에 직접 보고도 하지 않는다.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는 지난 20일 인사청문회에서 "외부기관 보고를 명시적으로 규정한 규칙은 없지만 내부 보고사항 기준 등을 정한 규칙을 참고하고 있다"며 "향후 외부 보고와 관련된 사항은 규칙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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