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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대한민국에 떨어진 물폭탄

구조된 침수 아파트 주민들 “눈뜨니 방에 물 차올라…악몽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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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시간당 80㎜ 폭우 내린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 침수

구명보트 · 사다리 통해 100여명 구조…1층 입구서 숨진 주민 발견도


한겨레

소방청 중앙소방본부 특수구조단이 30일 오전 집중호우로 침수된 대전시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에서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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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께 천둥·번개가 심했어요. 잠깐 잠들었는데 바닥이 축축해서 일어나보니 방안에 물이 차오르고 있었습니다.”

30일 오전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에서 만난 한 주민(52)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내리치는 번개와 집중호우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주차 차량이 지붕만 보이는 지금도 악몽을 꾸는 것 같다”며 “남편은 허리까지 차는 물속을 더듬어 출근하고 (나는) 급한 대로 옷가지만 챙겨 나왔다”고 말했다.

코스모스아파트는 이날 시간당 80㎜의 폭우 속에 5개 동 가운데 디(D)동과 이(E)동 등 2개 동 28세대가 침수돼 119구조대가 주민 100여명을 구조했다. 구조 활동은 침수 신고가 접수된 지 4시간여가 지난 오전 10시52분께도 계속됐다. 침수 동 1~2층 사이에 있던 여성 2명이 강아지와 함께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구명보트에 올랐다. 3층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20대와 40대 등 2명도 소방청 중앙소방본부 특수구조단의 도움을 받았다.

잠수복 차림에 4명이 한팀을 이룬 구조대는 구명보트를 타고 이동하면서 위층의 주민들에게 안부를 묻고 차례대로 구조했다. 이들은 침수된 아파트 출입구에 보트를 고정하고 대원 1명이 아파트로 진입하면 3명이 대기하며 사다리를 설치하고 주민을 구조하기를 거듭했다. 일부 구조대원은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이는 주민을 구조하려고 방역복을 착용하기도 했다. “지금 소방대원이 구조하고 있으니 주민들은 협조해달라"는 안내 방송도 반복됐다. 주민들은 “아파트 앞마당에 주차돼 있던 차량들이 지붕만 드러낸 채 흙탕물에 잠겨있고 구명보트가 다니는 모습이 낯설고 기가 막힌다”며 어이없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8시30분께는 침수된 아파트 1층 입구에서 주민(51) 1명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사망 시간이 새벽 3시께로 추정돼 침수되기 전으로 보인다. 부검을 해 정확한 사인을 가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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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조대가 30일 오전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에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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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년 지어진 이 아파트가 침수된 것은 지난 97년에 이어 두 번째다. 그 당시에도 5개 동 가운데 낮은 지대에 지어진 디동과 이동이 피해를 입었다.

“침수된 아파트 동과 인근 아파트 단지 사이에 배수관이 있어요. 97년에도 배수 용량이 부족해 피해를 입었는데 이번에도 똑같아요.” 디동 대표인 신대호(72)씨는 “옆 아파트 단지와 경계를 이룬 담이 무너지고, 인근 약수터 쪽 산에서도 빗물이 밀어 닥친 데다 갑천 수위가 높아지면서 하수관이 역류해 침수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아파트에 경비원이 없고 관리사무소도 주간에 최소 인원이 근무해 침수 당시에 대피 방송도 없었다고 전했다. 최아무개씨(70)는 “아침 7시께 주차장에서 차를 이동하라는 뒤늦은 안내 방송이 나왔다. 그때는 이미 물이 허리 높이까지 차있어 차가 모두 침수된 상태였다. 아내가 출근해야 하는데 나가지도 못하고 차는 잠겨있어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하소연했다.

대전 서구청은 이 아파트 침수 피해 주민들을 위해 오량실내테니스장을 임시대피시설로 지정하고 물과 담요, 식료품 등을 긴급 지원했다. 장종태 서구청장은 “침수된 아파트에서 배수 작업을 하는 한편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빗물이 유입된 효자봉과 쟁기봉 사이 오랏골 약수터 쪽에 중장비를 투입해 물길을 차단했다”며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복구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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