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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에서 퇴출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 '틱톡'이 경쟁사 페이스북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페이스북이 틱톡을 베낀 수준의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애국심으로 위장해 악의적으로 틱톡을 시장에서 몰아내려 한다는 것이다.
케빈 메이어 틱톡 최고경영자(CEO)가 29일(현지시간) 디즈니에서 틱톡으로 옮긴 뒤 800자 분량 공개 성명을 내고 페이스북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이날 전했다. 미국 정치권의 거센 틱톡 공세에도 침묵을 지키던 메이어 CEO는 페이스북이 최근 틱톡과 유사한 동영상 앱을 출시하며 틱톡 스타들을 빼내자 작심하고 페이스북 공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메이어 CEO는 1993년부터 디즈니 콘텐츠 분야에서 일한 엔터테인먼트 전문가로, 지난 5월 틱톡 CEO와 함께 모기업 바이트댄스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에 앉은 이후 미국 기업에 대한 비판을 별도로 내놓지 않았다.
메이어 CEO는 "페이스북이 8월 초 출시할 예정인 새로운 동영상 서비스 '인스타그램 릴스'는 틱톡의 '모방품(copycat)'에 불과하다"며 "페이스북은 이미 비슷한 서비스인 '라소'를 선보였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공격했다. 이어 "페이스북과 같은 경쟁자들이 애국심을 가장해 미국에서 우리의 존재를 끝장내려 악의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페이스북이 중국 등 세계 각국 소셜미디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자랑스러운 미국 기업'이라고 주장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메이어 CEO의 성명은 저커버그 CEO의 발언을 의식해 청문회 직전 발표됐다.
틱톡은 중국 정부에 미국 사용자 정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퇴출 위기에 몰려 있다. 미국 재무부가 이날 중국 바이트댄스 자회사인 틱톡이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이번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사용 중단 방침에 관한 기자들 질문에 "지금 틱톡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결정을 내리려 하고 있다"고 답했다. 배석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번주 안에 (틱톡 금지 여부에 관한) 권고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며 "(금지 외에도) 많은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행정부는 사용 금지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도 신규 동영상 서비스 릴스 출시를 앞두고 틱톡을 공격했다. 페이스북이 틱톡에서 활동하는 인기 크리에이터를 빼오기 위해 1인당 수십만 달러 현금을 제시했다고 WSJ가 28일 전했다. 페이스북에 이어 유튜브 역시 올해 안에 틱톡을 따라잡기 위한 동영상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이다.
틱톡 투자자들은 미국 정부·기업의 공세가 거세지자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자른 채 미국에서 영업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세쿼이아캐피털, 제너럴애틀랜틱 등 일부 투자자는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에 대주주 권한을 이전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바이트댄스는 틱톡 가치를 다른 경쟁사보다 높은 500억달러(약 60조원)로 평가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틱톡은 올해 매출이 약 10억달러로 예상되며, 기업가치는 그 50배에 달하는 500억달러로 산정됐다. 경쟁사 중 하나인 스냅 기업 가치가 올해 매출 예상치의 약 15배인 330억달러로 평가받고 있는 것에 비하면 훨씬 높은 금액이다. 하지만 바이트댄스 설립자 겸 CEO인 장이밍이 틱톡 매입 제안에 만족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틱톡은 최근 광고 사업이 승승장구하고 있어 2021년 매출이 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틱톡 전체를 매각하기 어렵다면 바이트댄스는 미국 사업만 분리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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