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월세가 낫다'는 與… 집값 분노에 기름붓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與의원들, 野윤희숙 '전세 사라진다' 발언 때리다 역풍

더불어민주당의 다주택 보유 의원들이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을 때리기 위해 쏟아낸 전·월세 관련 발언들이 오히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며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정부·여당이 지난주 군사작전하듯 이틀 만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처리·시행한 이후 전·월세 시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진 상태다. 그런데 여당 의원들이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나쁜 게 아니다"라고 말하고 나서자 세입자 분노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서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로 전환되는 건 매우 정상"이라며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다가오며 나쁜 현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윤희숙 의원이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 이상 전세는 없고 월세로 돌려 임차인 고통은 더 커질 것"이라며 전·월세 법안 일방 처리를 비판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윤 의원은 "전세가 소멸되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과거 개발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저금리 시대에 서민 입장에서는 월세가 전세보다 손쉬운 주택 임차 방법"이라며 "10억 아파트에 5억 대출자도 (스스로) 집주인이라고 착각할 뿐 (대출 이자를 내기 때문에) 분명히 월세 사는 분"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서울 2주택 보유자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도 1일 "윤희숙 의원 글쎄요, 임차인을 강조하셨는데 소위 오리지널은 아니다"라며 "국회 연설 직전까지 2주택 소유자이고 현재도 1주택 소유하면서 임대인"이라고 했다. 지역구인 서울 서초구에 전세 살고 있는 윤희숙 의원은 최근 세종시 아파트를 매각했고, 현재 성북구 돈암동에 거주하던 아파트가 있다. 박 의원은 이어 "(윤 의원에 대한) 언론의 극찬? 눈 부라리지 않고 이상한 억양 아닌 (것은) 그쪽에선 귀한 사례니 평가"라며 "(윤 의원이) 마치 없는 살림 평생 임차인 호소처럼 이미지 가공하는 건 좀"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대전, 대구 등에 부동산 3채를 갖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 등에선 "월세가 정상이면 당신들부터 월세 살라" "윤희숙 의원 말이 틀린 게 없는데 (민주당이)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를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의 부동산 입법을 합리화하는 박범계·윤준병 의원의 주장은 "당신 집부터 팔라"는 민심의 된서리를 맞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된 지난 총선 '후보자 재산 내역'에 따르면 박 의원은 대전에 아파트, 경남 밀양 건물, 대구 주택·상가 등 부동산 3채를 보유 중이다. 윤 의원은 서울 마포와 은평에 각각 1채씩을 가진 2주택자지만, 정작 지역구인 전북 정읍·고창엔 집이 없다.

윤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월세가 '정상'이면 본인부터 정상을 실천하라" "월세 사는 심정을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런 말 못 할 것"이라는 댓글이 쏟아졌다. 박 의원에게는 "('이상한 억양' 거론은) 누가 봐도 경상도 비하다, 본인 3주택부터 처분하라" "노무현·문재인 대통령한테도 억양 이상하다고 했느냐" 등의 댓글이 수백개씩 달렸다. 통합당에서 "대구·경북 등 특정 지역 억양을 폄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박 의원은 2일 이 표현을 삭제했다. 그러면서 "특정 지역 사투리를 빗댄 게 아니라 (통합당이) 정부 여당을 공격할 때 쓰는 격앙된 톤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의원은 또 "나는 2주택자에 1상가 소유자가 맞는데 처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서울 서초구 아파트는 12년 전 국회의원 당선되자마자 6억에 처분했는데, 현재 시세는 20억"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사과 한마디가 그렇게 힘든가"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평소 민주당 지지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민주당 의원들이 부동산 관련해서는 한마디도 조심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미래통합당은 "민주당이 국민 분노에 기름을 퍼붓고 있다"고 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서민 삶을 단 한 번이라도 고민했다면 어떻게 이런 말을 하느냐"며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왜 22번이나 실패했는지 이해가 간다"고 했다.

한편 1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부동산 증세(增稅)'를 핵심으로 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항의하는 '전 국민 조세 저항' 집회가 열렸다. 비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주최 추산 2000여 명이 모였고, "사유재산 강탈정부! 민주없는 독재정부!" 등의 구호가 터져 나왔다. 이들은 구호에 맞춰 일제히 신발을 벗어 집어던지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박상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