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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한동훈폰 압수때 변호사 통화 허용" 정진웅 말이 '불법' 자백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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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력으로 유심 확보했지만 '불법증거'소지

한동훈 공무집행방해도 성립 어려워

조선일보

지난달 29일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에 누워 있던 정진웅 부장검사/서울중앙지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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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정진웅 부장검사가 한동훈 검사장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며 확보한 그의 휴대폰 유심칩은 세 시간만에 한 검사장에게 돌아왔다. 검찰은 마치 한 검사장인 것처럼 인증을 거쳐 새로 비밀번호를 받아 카카오톡 로그인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꼼수’에도 불구하고 해당 분석 내용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집행 과정이 위법하기 때문이다. 한 현직 판사는 “정 부장검사가 ‘한 검사장에게 전화 거는 것을 허용했다’고 인정한 순간 위법증거가 된 셈”이라고 했다.

정 부장검사는 29일 낸 입장문에서 “한 검사장이 변호인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겠다고 해서 허용했다” 고 밝혔다. 그러던 중 한 검사장이 잠금해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을 보고 자료 삭제 등을 염려해 휴대폰을 확보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생겼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정 부장검사가 집행의 위법성을 그렇게 빨리 인정할 줄 몰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형사소송법 122조는 압수수색 영장 집행 전 일시와 장소를 피의자와 변호인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사법연수원 ‘수사실무’ 교재에서도 피의자 뿐 아니라 변호인에게도 별도로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한 현직 판사는 “구속된 피의자는 변호인을 통하지 않으면 압수수색 여부를 알 수가 없다. 변호인도 당연히 통지 대상”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사건 영장 집행은 한 검사장 변호인에게는 통지되지 않았다. 변호인 참여 없이 영장을 집행하면 위법하다.

정 부장검사가 한 검사장에게 변호인과의 통화를 허용한 것은 이 같은 위법성을 인식하고 ‘하자’를 치유하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자신이 통화를 허용한 상태에서 한 검사장에게 물리력을 행사한 것이다. 한 판사출신 변호사는 “정상적인 영장집행 범위를 훨씬 벗어난 불법”이라고 했다. 휴대폰 압수수색 영장은 당사자가 휴대폰을 빼앗기지 않으려 하는 경우 이를 강제로 확보하는 행동까지 영장 허용범위에 들어간다는 게 학계·실무의 다수 견해다. 그러나 29일 당시는 한 검사장이 검찰이 허용한대로 전화를 거는 상황이어서 이 단계 물리력 행사는 불법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은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재판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변호인 참여권 위반에서부터 이후 물리력 행사까지 한 검사장 측에서 ‘위법성’을 주장할 요소가 많아 법정에서 정식 증거로 인정되기 힘들 것” 이라고 했다.

정 부장검사가 “전화통화를 허용했다”고 하면서 한 검사장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검토도 없던 일이 됐다. “한 검사장의 물리적 방해행위가 있었다”던 서울중앙지검은 압수수색 다음날인 30일 “공무집행 방해는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공무집행 방해가 성립하려면 해당 공무집행이 적법해야 한다. 그런데 변호인과 통화 중 물리력을 행사한 것은 위법한 공무집행이다. 이 경우 피의자가 공무원을 폭행하더라도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지난해 7월 청주지법도 한 40대 남성이 자신을 무전취식 혐의로 현행범 체포하려는 경찰에게 팔을 휘둘러 얼굴을 때려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사건에서 “현행범 체포가 적법하지 않으므로 공무집행방해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중앙지검은 한 검사장을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처벌하고 싶겠지만 정 부장검사 스스로 ‘위법’을 실토한 상황이어서 법적으로 꼬인 것”이라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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