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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코로나 청정국` 자신하던 베트남, 사망자 숫자가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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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비상이 걸린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3일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지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30명 이상 발생하고, 누적 사망자 수도 6명에 이르자 교통 통제와 사회적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하노이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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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101] 최근 베트남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코로나와 인류의 공존은 영원히 지속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지난번 글을 통해 100일 넘게 지역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던 베트남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최근 들린 소식은 이보다 더 심각합니다. 베트남에서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이 5명이나 나왔습니다. 1차 유행 때 한 명도 나오지 않던 사망자가 2차 유행 때는 속속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사망자는 전부 고령의 기저질환자였다는 점은 함께 알려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며 승전고를 울렸던 베트남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순간입니다. 지난 2일 기준 베트남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무려 34명까지 치솟아 전체 누적 확진자는 620명으로 증가한 상황입니다. 지난달 30일에는 일시적으로 일간 확진자가 40명을 넘어서기도 했죠. 누적 확진자만 보면 한국이 베트남을 훨씬 상회하지만 일간 기준으로 보면 이제 베트남은 한국보다 코로나에 더 취약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갑자기 베트남에서 코로나가 유행하는 원인을 놓고 여러 가지 설이 나옵니다. 베트남 정부는 중국 밀입국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는 듯합니다. 일간 뚜오이제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베트남과 중국 접경지역에서 산길을 따라 베트남인과 중국인들이 활발하게 국경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베트남 북부 하장성 산길을 넘으면 양국 국경을 쉽게 오갈 수 있는데, 보따리상 등이 이 루트를 따라 국경을 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일대 격리시설에 구금 중인 베트남 밀입국자만 600여 명에 달한다고 하네요. 베트남의 코로나 대유행은 중부 해안도시 다낭에서부터 시작했는데 휴가철을 맞아 베트남 유명 관광지인 다낭을 찾는 피서객이 몰리면서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졌고 이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코로나 발병 초기 중국과 접한 국경을 가장 먼저 닫아 걸 정도로 코로나에 민감했습니다. 2월에 개학해야 할 학교 문을 최소 두 달은 더 닫아걸었죠. 식당, 가라오케, 마사지숍 등 대부분 시설을 강제적으로 쉬게 했습니다. 정부가 국민의 여가 수요를 꾹꾹 눌러놓은 덕에 코로나 재확산 직전 베트남 사람들은 '보복 관광'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여행에 심취했습니다. 푸쿠옥으로 다낭으로 냐짱으로 하이퐁으로 달려간 덕에 리조트란 리조트는 전부 만원이었습니다.

물론 지금 다낭 여행은 아예 금지되어 있지만 지금 베트남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코로나 초기만큼 강력한 것은 아닙니다. 일간 확진자 숫자는 코로나 발병 초기에 비해 훨씬 늘어난 상황인데 그만큼 '센 카드'를 정부가 꺼내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학교에 가고 일부 술집은 문을 닫았지만 식당이나 카페 등은 웬만하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더 결정적으로 베트남 국민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돌아갈 만큼 다시 마음의 고삐를 죄기가 쉬운 게 아닙니다. 베트남 한 지인은 "연일 늘어나는 확진자 숫자가 걱정되고 두렵다"면서도 "그렇게 조심하고 애썼는데도 또 터진 거라면 이제 별 수 없다. 각자 사람들 모이는 곳은 피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합니다. 한마디로 예전만큼 폐쇄적이고 경직적으로는 도저히 못 살겠다는 한탄입니다.

사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때 한국에서도 코로나 감염자 숫자가 일시적으로 치솟은 적이 있지만 카페나 식당에 가보면 위기감은 전혀 읽을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 발병 초기 파리만 날리던 영화관도 이제는 제법 사람이 들어찹니다. 마스크는 열심히 쓰고 다니지만 회식도 하고 맥주도 마시고 심지어 노래도 부르며 살고 있습니다. 퇴근길 집 앞 코인노래방을 지나다 보니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교복 차림을 한 학생이 무더기로 노래방 출입문을 오가고 있더군요. 강릉, 속초를 비롯한 동해안 호텔은 이미 풀부킹이고 제주는 '바가지 요금'이 사회 이슈가 될 만큼 어마어마한 예약자가 몰리고 있습니다. 결국 인류가 택한 선택은 '코로나와 공존'인 셈입니다.

이제 버스를 다시 뒤로 돌릴 수는 없는 법. 전 세계가 코로나와 벌이고 있는 전쟁이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그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당장 올해 말 치르는 미국 대선도 코로나라는 메가톤급 변수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듯합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아마도 올해가 지나기까지 외국 여행은 쉽지 않을 듯하네요.

[하노이 드리머(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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