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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재난지원금으로 소비자심리 '기적'처럼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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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소프트 랜딩]코로나19 경제위기 속에서 확인된 재난지원금 효과

머니투데이

지난달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81.8)보다 2.4포인트 오른 84.2포인트로 나타났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로, 장기평균(2003∼2019년)치인 100포인트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긍정적이고 낮으면 소비심리가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올해 소비자심리지수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 4월 70.8까지 하락했다가 5월에 77.6포인트로 반등한 후 6월 81.8포인트, 7월 84.2포인트로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아직 100을 하회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장기평균에 비해 낮은 상황이지만 3개월 연속 소비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다.

지난달 23일 한은에서 발표된 2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3.3%로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기록이었고, 한국경제의 핵심인 수출 역시 작년 상반기에 –8.6%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1.2%를 기록할 만큼 수출 경기는 악화돼 있다. 지금 유동성의 힘으로 자산시장은 부양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실물경기 지표는 역대 최악의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소비자심리지수가 3개월 동안이나 개선된 이유는 다름 아닌 지난 5월에 역대 최초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된 재난지원금(4인 가족 기준 100만원)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국민총소득은(명목 GNI) 감소율은-2.0%로 실질 국내총생산(GDP) –1.3% 감소율보다 컸다. 이는 가계를 포함한 경제주체들에게 돌아가는 소득 감소가 국가경제 전체 생산 감소보다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2분기도 국내총생산이 1분기 대비 –3.3% 감소했는데 그에 따라 2분기에도 국민총소득이 크게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수출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11.2%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6%에 이어서 더 큰 폭의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결국 수출이 핵심인 한국경제의 속성상 수출실적이 이렇게 악화된 상황에서 투자와 소비로 구성되는 내수 경기 역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난 2분기 경제지표 가운데 소비 지표만이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유지해 그나마 코로나19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 속에서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였다. 민간소비는 1분기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전기 대비 무려 –6.5% 급락했으나 2분기엔 1.4%로 플러스 증가율로 전환됐다. 통계청에서 발표되는 소매판매지수 역시 지난 상반기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감소했으나 4월(5.3%), 5월(4.6%)에 이어 6월에도 2.4%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경제가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에 비하면 '기적적인 선방'의 결과라고 자평했는데, 경제성장률을 분석해 보면 사실상 이는 민간소비가 기적적으로 회복된 데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중국 경제의 반등으로 국내 생산과 투자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상반기 전체로 보면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실물경기의 악화 속에서 내수의 핵심인 소비지표가 이렇게나마 회복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추경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예산을 확대 집행하면서 내수 살리기에 앞장섰기 때문이며, 그 중심에는 바로 13조6000억원에 달하는 재난지원금의 역할이 컸다.

특히 지역 내에서만 사용되고 유효기간이 주어진 현금성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얼어붙은 내수 소비 경기를 최악의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버팀목 역할을 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초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용·체크카드로 충전된 긴급재난지원금 9조6176억원 중 7조9275억원이 사용됐는데, 주로 마트·식료품(2조191억원, 25.5%), 음식점(1조9285억원, 24.3%), 병원·약국(8442억원, 10.6%), 주유(4427억원, 5.6%), 의류·잡화(3888억원, 4.9%) 등의 업종에서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영세한 중소신용카드가맹점(연매출 30억원 이하)에서 사용된 긴급재난지원금은 4조9450억원으로 전체 사용액 중 무려 약 62.4%에 달해 영세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매출에 큰 도움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재난지원금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 역시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연령별, 거주지별, 성별 등 총 3만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행안부의 설문조사 결과, '가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이라는 항목에 95%가 동의했다. 또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도 95%가 응답자가 동의했다.

지난 상반기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경제가 큰 충격에 빠졌고, 미국만 해도 2분기에 전기 대비 무려 –32.9%(연율)로 경제대공황 이후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할 만큼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 처했다. 유럽 경제대국인 독일 역시 2분기에 전기 대비 -10.1%를 기록했고, 유로존(EU) 경제권은 -12.1%의 역성장을 기록해 사상 최악의 수준을 나타냈다.

문제는 당장 하반기 경제인데, 경제활동 봉쇄조치가 풀렸다고는 하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각국의 경기 회복세는 여전히 미약해 보인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달 30일 기준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43만건으로 집계돼 2주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봉쇄조치 해제 이후 4개월 동안 감소 추세를 보였던 실업자수가 최근 증가 추세를 나타냄에 따라 향후 경기 회복세도 불투명해졌다. 이에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RB)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본 궤도에 올랐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미국은 이미 3조 달러 이상의 경기부양책을 집행하고 난 이후에도 최근 다시 1조 달러에 달하는 5차 경기부양책을 준비 중에 있다. 특히 이번 경기부양책에도 미국민들에게 1인당 1200달러씩 나눠주는 2차 현금지급안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경제대국인 미국조차도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막대한 현금지급을 통해서라도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회복시키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한국경제도 최근 소비심리 또는 기업심리가 회복세에 있다 하나 아직 미약하고, 수출과 내수 경기 모두 하나같이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다. 미중 무역갈등은 갈수록 심화되는 데다 주요국의 코로나19 사태는 여전히 확산세가 진행 중이어서 하반기 경기 반등 여부조차 불확실하다.

이처럼 수출 경기 회복이 불확실하고 또 강화된 부동산 규제로 건설 경기마저 침체된 상황에서 내수 경기 회복은 결국 소비에 달려있다. 현재로선 가장 확실하게 소비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방안은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 외엔 달리 검증된 대책은 없어 보인다.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skchoi7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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