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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매년 여름 국토 할퀴는 수마(水魔)… 물난리·산사태 피해 줄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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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부터 서울, 경기, 충청 등 중부지방에 큰 비가 내린 가운데 제4호 태풍 ‘하구핏’까지 올라오면서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사태와 누전 등에 대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사전대처와 정부 차원의 예방체계 확보가 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30분 기준 지난 1일 이후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모두 13명이 숨지고 13명이 실종됐다. 충북, 경기, 강원, 서울 등 지역에서 이재민이 1025명 발생했고 시설피해도 3000건에 달한다. 수도권과 강원, 충청 일부 지역에는 이날도 비가 계속돼 호우경보가 내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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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충남 천안시 수신면 장신리 한 도로가 침수돼 소방대원들이 고무보트로 마을 주민 등을 구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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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자락 옹벽 세우고, 물 차오르면 전기부터 차단해야"

전문가들은 비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예방 조치와 적절한 사고 대처를 통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산사태의 경우 사전 징후를 파악한다면 대피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사태는 급경사보다는 중간정도 경사를 지닌 산지에서, 활엽수림보다는 침엽수림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또 ▲샘물이나 지하수가 안 나올 때 ▲갑자기 산허리가 금이 가거나 내려앉을 때 ▲바람이 없는데 나무가 흔들리거나 넘어질 때 등은 산사태 위험이 크거나 이미 시작된 상황이기 때문에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자락 인근 거주민의 경우 2m 높이의 옹벽을 세워 흙이 쏟아져내리지 않고 옆으로 흘러가게 해야 한다"며 "펜션 등 건물을 지을 때에도 조립식 판넬은 산사태에 ‘쥐약’이기 때문에 콘크리트로 세워야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선 빗물받이 뚜껑 등 배수로를 막고 있는 물건을 치우고, 건물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먼저 전기를 차단해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평소 담배꽁초나 나뭇가지 등이 배수로를 막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며 "급한 상황에서는 배수구나 맨홀을 열어야 하고, 가정에 방수판을 설치해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침수 이후 대비 요령도 중요하다. 우 교수는 "물이 무릎까지 차기 전에 대피해야 한다"며 "전기차단기를 내리고 가스벨브를 잠가야 한다. 대피할 땐 고무장화를 신고 전신주와 하수구 맨홀을 피해야 감전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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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충북 제천시 봉양읍의 한 주택이 산사태로 인해 부서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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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차원 종합대응체계 세우고 정기점검 강화해야"

그러나 결국엔 정부 차원의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산사태는 일원화된 컨트롤타워가 없어 대비가 어렵고, 침수사고는 배수로에 문제가 생겨도 평상시에 알아차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전 교수는 "민간이 산사태 징후를 미리 알아채고 대피하기는 쉽지 않다"며 "정부가 나서서 사고를 예방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현재 정부기관은 피해 복구 위주다"라고 했다.

이어 이 전 교수는 "산 위는 산림청, 산 중턱은 국토부, 산 아래는 행안부와 지자체 소관이기 때문이다"라며 "산사태는 위에서 내려오는 건데 산 하나를 세 부처에서 관리하니까 막을 수가 없다. 국무총리나 대통령 산하에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늘고 있는 여름철 강수량이다. 기상청과 환경부가 지난달 28일 공동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지난 105년(1912~2017년) 동안 겨울을 제외한 봄, 여름, 가을 강수량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여름철 강수량은 10년에 11.6mm씩 뚜렷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집중호우의 빈도와 강도도 1990년 중반 이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집중호우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배수 시스템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 교수는 "배수 시스템은 평상시에 작동하는 게 아니고 배수관에 물이 차야만 작동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관리를 소홀히 했을 때의 부작용이 일상적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라 집중호우가 있을 때만 드러난다. 그러면 이미 때는 늦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 교수는 "6월 말부터 8월 초, 그리고 9월 태풍까지가 집중호우 기간"이라며 "5월 전에 배수로가 녹슬거나 막혀있지 않은지를 총점검해야 여름철 비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영 기자(eun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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