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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학연·지연 말고 ‘독연’(독서모임 인연)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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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책읽는사회문화재단 공동기획]

우리 독서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⑭ 강릉 ‘이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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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 오후 4시, 강원도 강릉시의 마을교육공동체인 강릉청소년마을학교 ‘날다’에서 독서모임 ‘이음’ 정기모임이 열린다. 책을 통해 사람을 잇는다는 의미인 ‘이음’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임을 공지하고 만나는 열린 독서모임이다. 2018년 6월30일 첫 번째 모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주 토요일 책과 사람을 잇고 있다.

매주 새로운 사람이 모임을 찾는데, 대학생부터 취준생, 다양한 직장인이 모여 든다. 강릉만이 아니라 동해, 삼척, 양양, 속초에 거주하는 이들까지 포괄한다. 지난 6월13일, 여든다섯 번째 모임까지 총 807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통해 565권의 책을 나눴다. 이음 공식 구성원은 38명, 정기모임엔 평균 10명 안팎이 참석한다.

이음은 자유롭게 읽은 책을 소개하는 ‘자유도서 주간’, 하나의 책을 같이 읽고 나누는 ‘지정도서 주간’을 운영한다. 두 주간 모두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읽은 책을 소개하고 책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책 나누기’를 진행한다. 매주 새로운 사람이 참여하기에 자기소개 시간은 필수다. 함께하는 질문 시간은 정기모임의 꽃이다. ‘미래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요?’, ‘흔들릴 때 나를 지탱해주던 것이 있나요?’, ‘죽지 않을 것처럼 사나요, 내일 죽을 것처럼 사나요?’ 묵직한 물음을 고민하며 생각의 깊이를 더한다.

책을 넘어 ‘사람 잇기’에 집중한 이음은 자연스레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추천도서 목록은 매달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유하고, 추천 책을 읽고 인증 사진을 올리는 ‘책 추천 챌린지’ 이벤트도 한다. 매년 봄과 가을에는 소풍을 간다. 여름에는 밤샘토론을 하고 공포영화도 본다. 그밖에도 글쓰기모임 ‘지음’, 온라인 독서모임 ‘이온’, ‘이음 서평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회원들이 참여하는 글쓰기 모임 지음은 올해 강릉 독립영화의 집, 사회적협동조합 인디하우스와 손잡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강릉 사람이 제작한 독립영화, 단편영화, 다큐멘터리를 상영할 때, 지음은 이 영화를 보고 비평문을 작성한다. 영화 상영회에서는 사회자를 맡아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한다. 독서동아리로 시작한 이음이 점차 분야를 넓혀 강릉시 문화 활동 전반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초창기 카페에서 모임을 갖던 이음은 이제 ‘날다 학교’의 공간을 빌려 정기모임을 한다. 공간대여 비용으로 날다 학교를 후원하고 이를 통해 강릉 청소년들이 의미 있는 배움을 얻도록 돕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마스크와 기부금을 모아 강릉시청에 전달했다. 책을 살 때는 주로 대형 서점이 아닌 지역 독립서점 ‘한낮의 바다’에서 구매한다. 다양한 향기를 갖고 있는 독립서점이 더욱 많아질 때 책 읽는 사회 문화가 조성될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기 울타리에 갇힌 동아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개방과 연결이 쉽지는 않지만 공공성을 지향하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머리와 마음 사이에서 삶을 가꾸는 책 읽기를 지향하는 이음. 이음이란 이름처럼, 앞으로도 더욱 많은 연결이 이어지면 좋겠다.

대표 김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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