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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대한민국에 떨어진 물폭탄

침수차, 벌써 3000대 돌파…`9월`부터 중고차로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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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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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퍼붓는 집중호우에 침수 피해를 입은 자동차가 3000대를 넘어섰다.

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9일부터 이달 3일 오전 9시까지 대형 손보사 4곳(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에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 접수 건수는 3041건이다.

손해보험협회 집계 결과, 4일 오전 9시까지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12개 손보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및 차량 낙하물 피해 접수 건수는 총 4412건에 추정 손해액은 471억원에 달한다.

집중호우로 발생한 차량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보험) 가입자들만 손보사에 접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침수 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현재 자차보험 가입률은 60% 수준이다.

여기에 4일 오전 9시 이후에도 전국 곳곳에서 차량 침수가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침수차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4000대를 넘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앞으로도 침수 피해가 더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7~9월에는 갑자기 내리는 폭우로 차량 침수 피해가 심해진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 4월~지난해 5월 삼성화재에 접수된 자동차 침수사고 6844건 중 7~8월에 4072건(59.5%)이 집중됐다.

또 침수차량 대당 피해액은 830만원으로 일반 교통사고 대당 차량 수리액 120만원보다 6.9배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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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더 있다. 침수 피해를 입은 차가 중고차시장에 몰래 들어와 2차 피해를 양산한다.

금속·전기장치로 구성된 자동차는 물과 상극이어서 '물 먹은' 뒤에는 고장을 잘 일으키기 때문에 중고차로 처리하거나 폐차하는 소유자들이 많아서다.

침수차 소유자나 판매자가 침수 사실만 제대로 밝히면 거래에 문제는 없다. 그러나 침수 사실을 제대로 밝히면 판매가 어려워진다. 결국 침수차 사기 행위가 발생, '물 먹는' 피해자를 양산한다.

침수차 사실을 속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자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보상받지 못한 침수차는 정비업체를 통해 침수 흔적을 없앤다. 소유자나 번호판을 여러 번 바꿔 침수 사실을 숨기려는 '침수차 세탁'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침수 피해를 보험으로 보상받은 차량들도 중고차시장에 나온다. 고장이나 악취에 민감한 소유자들은 보험으로 보상받은 뒤 중고차시장에 내놓기도 한다.

침수차 수리비용이 보험사가 정한 가치를 초과하거나 수리를 하더라도 제 기능을 다할 수 없어 ‘전손 보험사고’ 처리된 차량은 보험사가 인수한 뒤 폐차 과정을 밟는다. 일부는 공개매각 방식으로 판매된다.

손보사 손을 떠난 이들 차량은 폐차되거나 중고 부품 공급용으로 사용돼야 하지만 일부는 중고차시장에 몰래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침수로 기능에 문제가 생겼지만 겉으로는 멀쩡해보이는 침수차 부품도 유통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침수차 대부분은 '침수 즉시' 중고차시장에 흘러들어오지 않는다. 침수차 수리나 세탁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한두달 뒤부터 중고차로 판매된다.

중고차 수요가 많은 성수기에 나오기도 한다. 성수기에는 중고차 가격이 비싸고 인기 매물은 상대적으로 매입 경쟁이 치열해 침수차를 몰래 팔기 좋아서다. 여름 이후 중고차 성수기는 9~10월이다.

물난리가 심한 7~9월까지는 차량 침수를 조심하고 9~11월에는 침수 차량을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우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 통계에 따르면 장마가 끝난 9~11월에 침수차 구입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차량의 침수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은 대부분 구입 후 한달 이내다.

정비업체 정비 과정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82.5%), 성능상태 점검기록부를 통해 알게 된 경우는 극소수(3.0%)에 불과했다.

침수차를 속아 사지 않으려면 침수차 흔적을 찾아내야 한다. 침수차 흔적을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안전벨트다. 안전벨트를 끝까지 감아보면 끝부분에 흙이나 오염물질이 묻어 있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안전벨트만으로는 침수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 침수차를 속여 파는 악덕 딜러나 정비업자 대부분은 안전벨트를 새 상품으로 교체한다.

또 침수차 흔적이 되는 실내 악취나 금속 부위 녹 등 눈에 보이는 침수 흔적을 없애 자동차 전문가가 시간을 들여 점검하지 않는 이상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무당 침수차 구별법'이 될 수 있다. 악덕 딜러들도 이같은 선무당 침수차 상식을 악용한다.

안전벨트가 깨끗하다, 녹이 없다, 냄새가 나지 않는다, 오물 흔적이 없다 등의 말로 침수차가 아닌 것처럼 소비자들을 속인다.

일반 소비자가 침수차를 가려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보험개발원의 자동차이력정보서비스(카히스토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카히스토리에 접속하면 침수차 조회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차량번호나 차대번호를 입력하면 바로 즉시 침수차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단, 자동차보험으로 침수 피해를 보상받은 차량만 파악할 수 있다.

번호판이나 소유자를 바꾸는 '침수차 세탁'을 확인하려면 과거 차량번호를 알아야한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 사이트에서 자동차등록원부를 보면 차량번호와 소유자 변경 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

번호판이 교체되고, 소유자가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번 바뀌었다면 침수 여부를 더욱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상대방의 허가를 받아 특약사항에 "판매업체가 알려주지 않은 사고(침수 포함) 사실이 나중에라도 밝혀지면 배상한다"는 내용을 넣어두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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