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트럼프, 이젠 텐센트 때리기…이번엔 급이 다르다[머니뭐니]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머니투데이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에 홍콩 증시가 출렁였습니다.

최근 우리 투자자들이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는데, 상당한 악재가 나타난 셈입니다.

지난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기업 등이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 중국 메신저 서비스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와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번 행정명령은 바이트댄스 및 텐센트가 미국의 관할에 속하는 모든 재산과의 거래를 막는 것으로, 45일 내에 발표됩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7일 오전 홍콩거래소에서 텐센트는 장중 10% 이상 급락했습니다. 사실상 미국 정부에 '화웨이', '틱톡'에 이어 3번째 공격 목표물로 찍힌 셈이니, 주가가 충격을 안 받을 수 없겠지요.

머니투데이

[클라이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미 오하이오주 클라이드의 월풀 코퍼레이션을 방문해 연설을 마치며 주먹을 쥐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영접하고 일정에 동행하려던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가 앞서 받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2020.08.07.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 '텐센트'에 대한 제재는 앞선 '틱톡' 제재와는 '급'이 다릅니다. 틱톡이 아무리 인기가 좋은 글로벌 숏 비디오 플랫폼이라도 해도, 한국의 '네이버와 카카오'를 합쳐 놓은 복합 서비스 기업 텐센트와는 비교하기 어렵겠지요. 사실상 이번 조치는 중국인의 생활 플랫폼에 대한 제재라고 무방할 것 같습니다.

예상대로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모습입니다. 이에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대거 사들였던 중국 반도체 업체 SMIC 주가도 홍콩 증시에서 장중 10% 이상 추락했습니다.

오후 들어 홍콩 증시는 낙폭을 줄이면서 극단적 공포에선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과도한 하락에 대한 반발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특히 홍콩 증시에 투자한 분들은 이번 주말 고민 좀 하실 것 같습니다. 미국이 작정하고 중국 대표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나섰는데, 굳이 이런 위험천만한 시장에 계속 투자해야 할 지 걱정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투자 전문가들도 정답을 장담하긴 어렵습니다. 세계 경제의 2대 강국이 이같은 형태로 싸운 것은 전례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날 시장이 흔들린 것과 관련, 중국, 홍콩시장에 투자하는 한 사모펀드 매니저는 "크게 보면 더 큰 장으로 가기 전의 흔들림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약세장 전환의 신호일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 볼 때 전체적인 수급과 유동성 측면에서는 전자에 더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달 중순 이후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과 함께 3분기 예상실적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우선 실적이 어떻게 나올지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머니투데이

(AFP=뉴스1) = 5월24일(현지시간) 홍콩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 홍콩 시민들이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홍콩이 홍콩 국가보안법 사태로 혼란을 겪을 당시, 상당수 시장참여자들은 홍콩 증시가 추락할 것으로 봤습니다. 해외 자금과 인력이 대거 이탈하고, 미국도 홍콩의 특별 지위 박탈로 맞대응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홍콩 증시가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지난 5월 말 2만2000포인트까지 떨어졌던 홍콩 항셍지수는 7월 초 2만6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상승했습니다.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홍콩 증시가 지금까지 비교적 잘 버텨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근 발간된 자본시장연구원의 연구 보고서 한편을 소개합니다. 남길남 선임연구위원이 작성한 '금융중심지 기능과 증권거래소의 경쟁력' 보고서 입니다.

보고서는 홍콩보안법의 시행과 미중 갈등 심화에도 불구, 홍콩거래소의 경쟁력은 더 강해지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유망한 중국 테크기업의 홍콩거래소 상장이 증가하면서 홍콩거래소의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즉, 증시에 '매력적인 상품'이 늘고 있다는 겁니다.

홍콩거래소의 성장은 무엇보다 선진자본시장에 접근하려는 중국 테크기업의 유입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당초 홍콩의 금융중심지 기능을 대체할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곳은 싱가포르거래소(SGX) 입니다. 그러나 싱가포르거래소는 상장기업수가 계속 감소하면서, 상장기업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홍콩거래소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0년 상반기 IPO실적은 홍콩거래소가 112억 달러로 53억 달러의 뉴욕증권거래소를 제쳤고, 170억 달러의 나스닥 뒤를 쫒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는 초대형 IPO가 될 알리바바의 모바일 결제 자회사인 앤트테크놀로지가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복수상장이 예정돼 있어 홍콩거래소의 IPO 실적이 나스닥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진단입니다.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홍콩거래소(HKEK)의 주가 움직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홍콩거래소 자신의 시가총액은 2020년 7월 600억 달러를 넘어서며서 시카고의 파생상품거래소 CME 그룹을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거래소가 됐습니다.

돈의 흐름은 냉정하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