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이 부른 논쟁] 文대통령 "홍수 영향 조사하라"… 4대강 논쟁 참전
1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회의에서 "(홍수) 피해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도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다"며 "댐의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과 함께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다.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할 기회이기도 하다"고 했다. 사실상 합천창녕보가 제방 붕괴의 원인인지 여부를 조사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인 셈이다.
지난 9일 경남 창녕군 이방면 낙동강 본류 합천창녕보 인근에서 흙과 자갈을 쌓아 유실된 제방을 복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상남도는 10일 오전 유실된 구간에 대한 응급 복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경상남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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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을 한 낙동강 제방이 터져
섬진강에서는 전북 남원 지역에 지난 7~8일 이틀간 400㎜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8일 낮 남원시 금곡교 인근 제방과 곡성군 고달천 합류부 인근 제방이 무너졌다.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된 것이 원인이라는 말이 돌았다. 그런데 하루 뒤 4대강 사업을 한 낙동강에서도 제방 붕괴가 발생했다. 경남 창녕군 일대에 이틀간 300㎜에 가까운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지난 9일 새벽 4시쯤 창녕함안보 인근 제방이 무너졌다. 이번에는 "보가 물길을 막아서 제방이 터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6월 24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올해 장마로 큰 강의 지류와 작은 하천에서 제방이 무너진 사례는 많았지만 큰 강의 본류에서 제방이 무너져 피해가 발생한 것은 섬진강과 낙동강뿐이다.
◇4대강 사업 홍수 예방 효과 평가, 정권마다 엇갈려
4대강 사업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추진한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인프라 사업이다. 예산 22조원을 투입해 수해 예방 및 수자원 확보를 위해 4대강 바닥을 준설하고, 16개 보를 설치한 것이 중심 내용이다. 설계 당시 강바닥을 파내는 준설 작업이 '물그릇을 키우는' 역할을 해 홍수 예방과 가뭄 대비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후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는 정권에 따라 정반대의 평가를 받았다. 2014년 12월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실 산하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4대강 사업 주변 홍수 위험 지역 중 93.7%가 예방 효과를 봤다"고 발표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 들어서인 2018년 7월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의) 홍수 피해 예방 가치는 0원"이라고 했다. 정부의 공식적인 평가도 정권에 따라 달라지자 "과학적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보 때문에 제방 무너져" 주장에 지역 주민 "4대강 덕분에 홍수 피해 줄어"
낙동강 피해에 대해 대한하천학회와 경남 환경단체인 마창진 환경운동연합은 10일 입장문을 내고 "폭우로 합천창녕보를 중심으로 상·하류 구간 수위 차가 30㎝가량 발생하면서 수압이 증가해 제방이 붕괴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피해를 입은 창녕군 주민들은 '현실을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죽전마을 임성관(60) 이장은 10일 "4대강 사업 전 연례행사처럼 발생한 침수 피해가 사업 이후에는 전혀 없었다"며 "이번 둑 붕괴는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라, 평소 제방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논란에 대해 조원철 연세대학교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보가 수압을 높여 제방을 무너뜨렸다면 팔당댐, 소양강댐 등 대형 댐 인근의 제방은 다 무너져야 한다는 말"이라며 "사고 발생 전 종합적인 제방 보수·관리 계획이 있었는지, 실제 관리는 어떻게 됐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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