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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미스터트롯이 보여준 코로나 공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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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올림픽공원 1주 차 공연 성료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니 울컥하네요…."(임영웅)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죠. 언젠가 모두 만나게 됩니다. 아이고 기분이 너무 좋네."(영탁) "여기 계신 모든 분이 가족 같아요! '울긴 왜 울어' 노래를 들려 드릴 건데, 이래 좋은 날 만다꼬(뭐 한다고) 우노!"(이찬원)

트롯맨들 넉살에 4800명 관객이 마스크 뒤로 웃음과 눈물을 보이며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함성을 쏟아내고 싶지만 "어렵게 열린 공연의 성공이 먼저!"라며 서로를 자제시키는 분위기였다.

조선일보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대국민 감사콘서트에 나선 ①임영웅 ②영탁 ③이찬원. ④지난 8일 폭우 속에 미스터트롯 콘서트장을 찾은 팬들이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줄 서고 있다. /쇼플레이·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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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차례 연기된 끝에 지난 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막을 올린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대국민 감사 콘서트가 지난 9일까지 1주 차 5회 공연을 무사히 끝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세계 최초로 열리는 5000석 이상 대형 공연장 콘서트"란 말이 있을 정도로 철저한 방역과 함께 첫선을 보인 공연이라 대중문화계는 물론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소원 풀었다"는 팬들은 "우리가 모범이 돼야 한다"며 일찌감치 팬 카페 등을 통해 "우리 가수님께 폐 끼치지 않게 거리 두기 잘하자" "끝나고 화장실은 방역 문제로 폐쇄하니 미리미리 다녀오자" 등을 당부하고 나섰다. 트롯맨들 역시 "대규모 공연이 처음이라 설렌다. 답답하더라도 마스크는 꼭 써달라"(정동원), "최고의 공연 보여주려 많은 준비를 한 만큼 함성 대신 박수 부탁드린다"(김희재), "손톱만큼의 아쉬움도 없도록 하얗게 불태우겠다. 대신 마스크 꼭 쓰고 함성은 자제해달라"(장민호) 부탁했다. 함성이 나올 듯하면 대형 화면에 '소리 말고 박수'라는 경고 자막이 떴다.

방역 문제로 회당 4800석으로 줄어든 이번 콘서트는 임영웅의 '바램' '보라빛 엽서', 영탁의 '추억으로 가는 당신', 이찬원의 '진또배기' 무대에 이어 정동원의 '이별의 부산정거장' 색소폰 메들리와 '여백', 김희재 '돌리도'와 '꽃을 든 남자', 김호중의 '태클을 걸지마', 장민호의 '남자라는 이유로' '상사화' 등 톱 7의 개별 공연으로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이후 이찬원·나태주의 '남자다잉', 영탁·신인선의 '또 만났네요' 등 듀엣 무대와 '뽕다발' '사형제' 등 경연 당시 팀별 공연을 회차별로 다르게 선보였다. 9일 밤 공연을 마지막으로 무대를 떠나는 김호중은 '고맙소'를 열창했다. 김호중이 "여기까지 와주신 팬분들 모두 '고맙소'"라고 하자 객석은 눈물바다가 됐다.

이번 공연은 방역비만 10억원이 들었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대중문화계에선 미스터트롯 서울 공연의 개막이 코로나 시대 대형 공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형 한류 공연을 연출해온 플랙스 신원규 감독은 "미스터트롯 제작사 어깨 위에 공연계 종사자 10만명의 운명이 달렸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스태프도 A·B팀으로 나누어 서로 마주치지도 못하게 평소보다 인력을 두세 배 늘려 방역에 힘을 쏟고 있다"면서 "미스터트롯이 방역 콘서트의 모범을 보이자 다른 공연 관계자들도 '희망이 있다'며 공연 재개를 위한 회의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 기획자 출신으로 이번 공연의 방역을 책임진 쏘프레쉬앤코 노성래 대표는 "대규모 공간이라 공간별로 약품의 농도를 맞춰 사용해보면서 수차례 실험했다"면서 "관람 그 이후까지 생각해야 하기에 티켓을 문진표로 만들어 정확한 착석과 위치 추적이 가능하게 하는 등 최대한 방어하면서 만전을 기했다"고 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K콘텐츠는 내걸면서 정작 그동안 대중음악·공연계에 대해선 제대로 된 방역 수칙 로드맵도 없이 강도 높은 규제로 차별받아 왔다"면서 "이번 미스터트롯 콘서트가 모범이 돼 코로나로 침체된 공연계가 다시 활성화하는 데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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