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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신화화도 악마화도 아닌 제3의 눈으로 본 ‘청년 김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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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1912~1945(전 3권)

유순호 지음/서울셀렉션·각 권 48000원~6만2000원


한겨레

남북이 분단된 이후 북한을 50년 가까이 통치한 김일성(1912~1994)은 생전은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논란이 식지 않는 인물이다. 한쪽에서는 숭배의 대상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부정의 대상이다. 신화화와 악마화의 양 극단에 빠지지 않고 김일성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보는 길은 없을까. 조선족 출신 작가로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유순호씨가 쓴 <김일성 1912~1945>은 김일성을 둘러싼 논란의 진앙인 해방 이전 김일성의 행적을 세세하게 추적한 ‘청년 김일성 전기’다. 1930년대 이후 만주 항일 무장투쟁 시기를 중심으로 하여 김일성의 청년기를 상·중·하 3권, 총 2853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 담았다.

지은이는 1982년부터 20년 가까이 중국 동북 3성 항일투쟁지 전역을 답사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동북항일연군’ 생존자와 관련자 200여명을 직접 만나 취재했다. 또 한국·북한·일본·러시아·중국에서 출간된 관련 도서와 중국 정부 기록보관소 소장 자료도 면밀히 조사했다. 그런 연구 끝에 밝혀낸 김일성은 한때 남한 사회에서 기승을 부렸던 ‘김일성 가짜설’을 깨끗이 씻어버릴 만큼 명확하게 항일 무장투쟁 전선에 선 사람으로 드러난다. 나아가 이 책은 북한에서 나온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총 8권)에 서술된 만주 항일 무장투쟁 시기 김일성의 활동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지은이는 김일성 회고록이 지나치게 김일성 중심으로 서술돼 당시 항일투쟁에서 활약했던 한국과 중국의 지도자들의 활동을 폄하하거나 왜곡했다고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오류로 지은이가 꼽는 것이 1937년 보천보 전투다. 김일성 회고록의 주장과 달리 김일성이 직접 그곳에서 전투를 지휘한 것은 아니며 더구나 보천보 주민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한 적은 없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당시 일제하 신문 보도와는 다소 다른 내용이다.

지은이는 회고록의 과도한 김일성 중심 서술을 비판하면서도 절대 긍정과 절대 부정의 양 극단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하며 제3의 시각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지은이가 내리는 김일성에 대한 결론은 이렇다. “청년 시절의 김일성은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 상당히 훌륭하다. 독립운동가의 자식으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너무도 일찍 부모를 여의었지만 낙심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여 혁명가로 성장하는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이 책은 이렇게 김일성의 활동을 조명하면서 동시에 당시에 만주에서 항일운동을 하던 한국인들의 활동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어 이 시기 항일 역사를 복원하는 데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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