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개막… 20일 바이든 후보연설
미국 대선이 78일 앞으로 다가온 17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사진)을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하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개막하면서 미국이 본격 대선 국면에 돌입했다. 바이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인사들은 ‘변화’와 ‘단합’을 외치며 대선 승리를 다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화상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연사로 나선 미셸 오바마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실정(失政)을 조목조목 비판한 뒤 “당신의 인생이 걸려 있으므로 바이든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호소했다. 당내 경선에서 바이든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민주주의와 경제의 미래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선거 실패의 대가는 너무 커서 상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전국위원회(DNC)는 20일까지 진행되는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 지명과 함께 정책 공약의 기본이 되는 새 정강을 승인한다. 18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19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이 연설에 나서고, 20일 바이든이 후보 수락 연설을 한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24일부터 나흘간 진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 ‘V-O-T-E’ 목걸이 한 미셸 “트럼프는 잘못된 대통령…투표하라”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가 17일(현지 시간) 열린 야당 민주당의 화상 전당대회에서 ‘투표(VOTE·점선안)’라는 알파벳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걸고 조 바이든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위 사진). 같은 목걸이를 모델이 착용한 모습. AP 뉴시스·인터넷 쇼핑몰 nobleants 캡처 |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에 맞지 않는 잘못된 대통령이다. 투표하라.”
17일(현지 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우리가 바로 국민(We the People)’을 주제로 개막한 야당 민주당의 화상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사람은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아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56)였다. ‘투표(VOTE)’란 글귀가 새겨진 금색 목걸이를 걸고 마지막 연사로 등장한 그는 “4년 만에 미국이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가 보는 것은 혼돈, 분열, 완전한 공감 부족”이라며 “바이든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외쳤다.
미셸 여사는 4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 때도 연사로 등장해 명언을 남겼다. 당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공격하자 그는 “저들이 저급하게 갈 때 우리는 고상하게 간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고 말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날 이 표현을 다시 사용하면서 “바이든은 믿음에 의해 인도되는 품위 있는 사람”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부각시켰다.
그는 지난달 숨진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 존 루이스 하원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무언가 잘못된 것을 보면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악화되는 상황을 끝낼 수 없다. 바이든은 미 경제를 구하고 전염병을 물리치고 우리나라를 이끌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고 호소했다.
CNN, MSNBC방송 등은 그의 연설에 대해 “가장 파워풀하고 인상적인 정치 연설 중 하나” “트럼프 대통령을 정확하게 저격한 역사적인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왜 민주당이 우리의 마지막 희망인지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친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 진행자인 크리스 월리스도 “미셸이 트럼프의 껍질을 벗기고, 얇게 썰어버렸다”고 말했다.
미셸 여사의 목걸이는 흑인이 운영하는 로스앤젤레스의 귀금속 업체 바이샤리에서 주문 제작했다. 가격은 약 300달러(약 36만 원). 바이샤리 관계자는 “몇 주 전 미셸 여사의 스타일리스트에게 주문 전화를 받았지만 전당대회에 걸고 나올 줄 몰랐다”는 소감을 밝혔다. 소셜미디어에도 ‘미셸 오바마 목걸이(Michelle Obama necklace)’, ‘투표 목걸이(vote necklace)’ 같은 단어가 인기 검색어로 등장했다. 미셸 여사는 대통령 부인 시절에도 ‘옷으로 정치를 한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옷과 장신구를 적재적소에 사용했다.
이날 전당대회 진행은 히스패닉 여배우 에바 롱고리아가 맡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대통령 비판에 앞장선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와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바이든 후보와 경선을 펼친 버니 샌더스 및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등이 대통령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샌더스 의원은 “이번 대선은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우리가 그동안 만들어온 모든 진전들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민주당의 단합을 호소했다.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후보 측과 분열한 것이 대선 패배의 한 요인이 됐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는 민주당 전당대회 홈페이지와 주요 언론사 웹사이트를 통해 생중계됐다. 바이든 후보의 과거 유세 장면을 담은 기록 영상과 홍보물, 짧은 인터뷰 영상들이 교직되는 방식으로 2시간 동안의 프로그램이 속도감 있게 진행돼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연상시켰다. 성조기의 색깔인 빨강, 파랑, 하얀색 옷을 입은 50개 주의 어린이들이 각자 만들어내는 미국 국가의 하모니가 한 화면에 어우러지는가 하면, 주요 연사들의 연설이 끝난 직후에는 TV 앞에 모여서 박수를 보내는 유권자들의 반응이 수십 개로 분할된 화면을 채웠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임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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