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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박수 못 받는’ 전후 일본 최장수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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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2799일 재임 신기록…지지율 낮고 퇴임론 증폭

언론 ‘오욕의 정치’ 집중조명…긍정평가 ‘아베노믹스’ 유일

일주일 만에 또 추가 검진 “총리 주변 축하 분위기 실종”

[경향신문]



경향신문

병원으로 건강악화설에 휩싸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도쿄 시내 총리 관저를 나와 게이오대학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재집권한 이래 이날까지 총리로 재임하면서 ‘전후 최장기 연속집권’을 기록했다. 도쿄 | D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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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전후 최장기 연속집권’ 기록을 세웠다. 2012년 12월 재집권한 이래 24일까지 2799일 총리로 재임하면서 외종조부(외할아버지의 동생)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 실패 속에 여론은 갈수록 냉랭해지고 퇴임론이 커져간다.

최근 건강악화설이 불거진 아베 총리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운 이날도 게이오대학 병원으로 향했다고 교도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 17일 같은 병원에 7시간 반 동안 머물며 건강검진을 받은 뒤 일주일 만에 다시 찾은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1시30분 조금 지나서 나왔다. 병원에 머문 시간은 3시간 반 정도다. 총리 관저 측은 “지난주 진찰 때 의사가 일주일 뒤에 다시 오라고 했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병원에서 나와 이날 오후 2시쯤 총리 관저에 들어가면서 기자들에게 “지난주의 검사 결과를 자세히 듣고 추가 검사를 했다. 컨디션 관리에 만전을 기해 이제부터 업무를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상세한 방문 이유가 불분명해 건강악화설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그러다 보니, 최장기 연속집권 기록에도 아베 총리 주변 분위기는 싸늘하다. 아사히신문은 “역사적 기록 경신인데 총리 관저에는 축하 분위기가 없다”고 적었다. 25일의 자민당 임원회는 취소됐고 27일로 예정됐던 ‘재직기록 경신 축하모임’도 연기됐다.

2006~2007년의 1차 집권 기간까지 따지면 아베 총리 재임 기간은 3165일에 달한다. 이미 통산 최장 재직기록은 지난해 11월에 갈아치웠다. 일본 언론들은 연속집권 기록마저 경신하자 일제히 아베 총리의 ‘레거시’(정치적 유산)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맨 먼저 꼽힌 것은 ‘아베노믹스’다. 양적완화, 재정지출 확대, 규제완화라는 ‘3개의 화살’로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세계경제 속에 일본 경제를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교적으로는 논란이 많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의 밀월관계에 의존하면서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 갈등을 빚었다. ‘외부의 적’에 대한 적대감을 끌어올리며 국내 우파들을 선동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한 안전보장법제, 특정비밀보호법과 공모죄법 같은 법률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이룬 것은 국가적 성취라기보다는 자민당과 개인의 정치적 성공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미쿠리야 다카시(御廚貴) 도쿄대 명예교수는 아사히 인터뷰에서 “자민당 안에서는 정권 탈환의 주역인 아베에 반대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그간 6회의 선거에서 전승을 거둔 것도 아베 총리의 독주를 도왔다고 했다. 그사이 야당은 약해졌고 소선거구제 속에서 정권교체는 ‘사어(死語)’가 돼버렸다고 했다.

그에 대한 평가는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다. 로이터는 “총리가 목표로 했던 헌법개정 등 큰 정치 유산은 남기지 못한 반면에 코로나19와 도쿄 올림픽 연기 등 새롭게 짊어진 부정적인 유산에 쫓기고 있다”고 평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코로나19 대응 실패다. 도쿄 올림픽마저 1년 연기됐다.

다른 치적들도 흔들리고 있다. 올 2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은 최악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개헌은 안팎의 갈등만 심화시켰다. ‘전후 일본 외교의 총결산’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러시아와의 북방영토 협상도 진전이 없다. 북·미 정상회담을 훼방 놓으려다가 총리 스스로 “정권의 최대 중요 과제”라 했던 ‘납치 문제’의 창구를 만들 기회를 놓쳤다. 가네코 마사루(金子勝) 릿쿄대 특임교수는 23일 트위터에 ‘일본 정치 오욕의 날’이라는 글을 올렸다. 부패와 관료제의 붕괴, 코로나19로 드러난 위기관리 능력 부족 등을 지적하며 “아베 총리 재직기간이 늘어날수록 일본은 망해간다”고 했다.

지지율은 몇달째 30%대다. 23일 마이니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아베 총리가 즉시 혹은 연내 사임해야 한다고 답했다.

아베 내각에서 방위상을 지낸 나카타니 겐(中谷元) 자민당 중의원 의원은 “너무 길어서 국민이 완전히 질리고 있다”고 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당내에선 ‘연말 아베 퇴진, 내년 초 중의원 해산 뒤 총선 실시’ 시나리오가 오르내린다.

하지만 전염병 속에 조기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아베 총리가 도쿄 올림픽 문제 등을 마무리한 뒤 물러나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이 새 총리가 돼 내년 10월 예정대로 총선을 치르는 게 자민당으로선 최선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 전에 ‘과도 총리’가 잠시 집권하는 방안도 있다. 과도 총리 후보로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기시다 정조회장,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이 거론된다.

구정은 선임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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