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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미국 흑인 사망

경찰 총격에 하반신 마비, 흑인男 부모 “내 아들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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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진 흑인 남성의 부모가 “폭력 시위를 멈춰 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 위스콘신주는 이번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폭력 시위로 변하자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의 가족은 이날 오전 위스콘신주 케노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력을 멈추고, 정의를 실천해달라”고 시위대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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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쏜 총에 맞아 하반신 마비가 된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의 어머니 줄리아 잭슨이 2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케노샤에서 성명을 발표했다. 블레이크의 가족은 "폭력 시위를 멈추고 정의를 실천해 달라"고 호소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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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크의 어머니 줄리아 잭슨은 “기자회견장까지 오는 길 곳곳에서 파괴의 흔적을 봤다”면서 “폭력 시위는 블레이크와 우리 가족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잭슨은 “아들이 사고 후 한 말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해서 미안하다’였다. ‘다시 걸을 수 없을 것 같다’며 눈물도 흘렸다”며 “블레이크가 이번 사건이 폭력 시위로 번진 걸 안다면 매우 슬퍼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모두가 분노를 가라앉히길 바란다. 우리는 치유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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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장으로 향하는 블레이크의 아버지 제이콥 블레이크 시니어(왼쪽)와 어머니 줄리아 잭슨.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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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크의 아버지 제이콥 블레이크 시니어는 경찰의 과잉 대응에 분노했다. 블레이크 시니어는 “경찰은 내 아들이 소중하지 않다는 듯 7차례나 총격을 가했다. 그러나 내 아들은 소중하다. 그도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블레이크를 지지해준 시위대에 감사의 뜻을 표하며 평화 시위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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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당시 차량으로 향하는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와 총을 겨누며 뒤쫓는 경찰의 모습. [트위터 영상 캡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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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은 총격을 가한 경찰관 2명에게 아직 법적 제재가 내려지지 않았다며 인종차별에 따른 법 집행 시스템 변화를 촉구했다. 블레이크의 누나는 “우리는 수년 간 경찰이 흑인을 죽이는 것을 목격했다. 나는 더이상 슬프지 않다. 대신 분노한다. 동정이 아닌 변화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레이크의 변호인 벤 크럼프는 블레이크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총알이 척추를 관통해 척추뼈가 산산조각이 나고, 위와 신장 등 장기 손상도 심하다며 “블레이크가 다시 걷는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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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미국 위스콘신주 케노샤에서 경찰 총격으로 중태에 빠진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 사건에 항의하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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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크는 지난 23일 오후 5시쯤 위스콘신주 케노샤에서 아들 세 명이 차 안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변호인 측은 블레이크가 인근 주민들의 싸움을 말린 후 현장을 떠나려다가 총에 맞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장을 찍은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거리에 집결했다. 초반 평화로웠던 시위는 일부 시민의 방화로 점차 과격해지며 폭력 시위로 변했다. 이틀 밤 연속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자 위스콘신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방위군 병력을 기존 125명에서 250명으로 두 배 증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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