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바비’ 시설 피해 잇따라
최대 풍속 43m… 비바람 몰아쳐
항공기 480편·여객선 150척 결항
제주·전남 침수… 880여가구 단전
코로나 선별진료소도 임시 폐쇄
文대통령 “피해 예방 만전 당부”
엿가락처럼 휘어진 분리대… 가로수는 두 동강 제8호 태풍 ‘바비’의 영향으로 제주에서 강풍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26일 제주시 노형동의 한 도로 중앙분리대가 강풍으로 엿가락처럼 휘어지자 관계자들이 긴급 정비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오전 제주시 오라1동 한 거리에 있는 가로수가 두 동강 난 채 쓰러져 있다. 제주=뉴스1·연합뉴스 |
최대 순간풍속 43m가량의 매우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한 제8호 태풍 ‘바비’가 26일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전국에서 항공기 결항과 도로 침수, 정전 등 피해가 잇따랐다. 바비는 서해상을 따라 북상하면서 27일 오전 5시쯤 서울에 가장 가까워졌다가 북한 황해도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다 ‘역대급’ 집중호우와 태풍 등 풍수해까지 겹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태풍 바비의 영향으로 이날 오후 7시30분 기준 제주 230편, 김포 92편 등 전국 9개 공항에서 482편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녹동(제주)∼거문, 목포∼율목 등 약 100개 항로 여객선 157척과 유도선 210여척 운항이 통제됐다. 전남 신안·암태 천사대교는 이날 오후 7시부터 통행이 제한됐다.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44m에 달한 바비가 서해상으로 이동하면서 장항선과 경전선, 호남선, 전라선 일부 열차 운행이 중지되기도 했다. 초속 33∼44m의 강한 태풍은 기차가 탈선할 수준이고, 44∼54m의 매우 강한 태풍은 사람이나 바위가 날아갈 정도의 강풍이다. 한국철도(코레일)는 이날 오후 광주송정∼순천역(경전선) 구간 열차 운행과 용산∼익산(장항선) 무궁화호 열차 3편 운행을 중지했다. 호남선·전라선 일부 구간 열차 운행도 중지됐다.
바비는 많은 비를 뿌렸다. 전날 0시부터 이날 오후 7시까지 제주 사제비는 422㎜, 전남 강진은 111㎜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제주와 전남 일부 지역에는 시간당 35.5∼72.5㎜의 장대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환경부는 앞서 집중호우 때 갑작스러운 댐 방류로 침수 피해가 커진 것을 감안해 전국 20개 다목적댐 중 섬진강댐과 주암댐, 대청댐 등 9개 댐에서 사전 방류에 나섰다.
태풍의 영향을 가장 빨리 받은 제주도는 강한 비바람으로 가로수가 뽑히고, 대형 입간판이 떨어지고, 해안도로 일부 구간이 침수되는 등의 시설물 피해가 잇따랐다. 제주도 도남동에선 한 건물 앞에 세워진 대형 입간판이 쓰러지면서 맞은편 도로 3차로를 달리던 차량 2대가 충돌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26일 서울 김포공항 여객기 운항 정보 스크린에 결항 표시가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
이밖에 제주시 도련1동 도련사거리 인근 도로에는 지름 약 27㎝ 크기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해안도로 일부 구간은 침수됐고 중문관광단지 내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앞 우수관이 폭우로 역류해 차량 진입이 통제됐다. 강풍에 제주시 이도2동 한 아파트 외벽은 뜯어졌고 연동과 아라2동에선 각각 신호등과 가로등이 꺾여 도로를 덮쳤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까지 가로수 10건, 가로등·전신주 13건, 중앙분리대 10건, 간판 12건, 건물 외벽 17건 등 64건의 태풍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오후 한때 제주와 전남 지역 880여가구에 대한 전기 공급이 끊기기도 했다. 기상청은 오후 11시를 기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 태풍주의보를 발령했다.
태풍 영향으로 26∼27일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운영은 어느 정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중대본은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 전국 408개 선별진료소에 대해 결박(333개소) 및 철거(75개소) 등의 안전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서울 25개 자치구는 27일 실외 선별진료소 운영을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일 오전 시설물을 재설치해 오후부터는 실외 선별진료소 운영을 재개할 계획”이라며 “다만 재개 시간은 태풍 진행 상황과 각 자치구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26일 태풍 '바비'가 몰고 온 강한 바람으로 인해 제주시 아라2동의 한 도로에 설치된 가로등이 꺾여 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태풍 바비 북상과 관련해 “피해가 우려되는 현장을 세심히 점검하는 등 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바비의 영향으로 27일에도 전국에 강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7일 제주도와 서해안은 최대 순간풍속 시속 144~216㎞(초속 40∼60), 인천·경기서해안과 연안도서지역에는 최대순간풍속 시속 72~108㎞(초속 30~40m) 등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겠다. 지리산 부근과 전라도, 경북서부내륙, 경남남해안, 제주도, 서해 5도는 50~150㎜(전남남해안, 지리산 부근은 250㎜ 이상)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한낮에는 30도 안팎의 무더위가 계속된다.
송민섭·남혜정·박현준 기자, 전국종합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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