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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불붙은 포스트아베 레이스…`흙수저` 스가 장관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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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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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아베 신조 총리 뒤를 이을 자민당 총재를 다음달 15일까지 선출할 예정인 가운데 30일 출마 의사를 밝힌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자민당은 다음달 15일까지 신임 총재를 정하고 17일 새 총리 선임을 위한 국회 절차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자민당에서는 차기 총재 선출 방식과 관련해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에게 결정을 일임한 상황이다. 공식적으로는 다음달 1일 총무회를 열어 선출 방식을 확정하지만 사실상 양원(참의원·중의원)총회 방식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일본 언론들이 30일 일제히 보도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여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자민당은 통상 차기 총재를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한다. 이를 위해 2주가량 선거기간을 거쳐 국회의원과 당원이 각각 394표씩 총 788표 중 과반수를 얻는 사람이 총재가 된다. 만약 과반수를 얻는 후보가 없으면 상위 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국회의원과 지역 대표들이 참여하는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다만 비상상황일 때에는 절차를 간소화해 양원 총회에서 선출이 가능하다. 양원총회에서는 국회의원(394표)과 47개 광역 지자체별로 3명씩인 지역대표(총 141표)를 합한 총 535표로 총재를 정한다. 역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결선투표가 이뤄진다. 유력한 후보로 스가 관방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꼽힌다. 이들 외에 노다 세이코 전 총무상,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상, 이나다 도모미 전 방위상 등도 출마 의사를 밝혔다. 선거 방식이 논란이 되는 것은 방식에 따라 후보 간 유불리가 명확히 갈리기 때문이다.

양원총회는 전당대회에 비해 국회의원 표 비중이 높아진다. 그만큼 의원들이 속해 있는 당내 파벌 간 구도가 중요해진다. 전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1위인 이시바 전 간사장은 자신의 파벌(소속 의원 19명)이 약하다 보니 불리하다. 이시바 전 간사장이 아베 총리가 사임을 밝힌 28일부터 양원총회 방식 선출에 반대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 총리가 후임을 선출할 때까지 직을 수행하기로 한 만큼 비상 상황이 아니다"며 전당대회를 통한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그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실시 여부에 따라 출마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 내에서도 양원총회 방식 선출은 이시바 죽이기, 밀실 정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대표적인 아베 총리 측근인 세코 히로시게 전 경제산업상은 "코로나19로 국정 공백이 발생하면 안 되는 상황인 데다 지역 당원 의견은 해당 지역 대표들이 수렴하면 된다"고 30일 NHK 토론 프로그램에서 주장했다. 이어 "새 총재 임기가 끝나는 내년 9월 말 이후에 전당대회를 열어 차기 총재를 택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현재 자민당 내 파벌 중 최대는 아베 총리가 속한 호소다파(98명)다. 이어 아소 다로 부총리의 아소파와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속한 다케시다파가 각각 의원 54명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는 지난 7년8개월간 아베 내각 내내 반대 의견을 내온 이시바 전 간사장이 후임 총재가 되는 상황은 피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가 지금까지 기시다 정조회장을 후계자로 점찍었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국민적 지지율이 낮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또 새 총리 임기가 아베 총리의 총재 잔여 임기(내년 9월 말까지)를 채우는 1년짜리인 데다 이 기간에 코로나19 대응,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 판단, 요동치는 국제 정세 등으로 난관이 예상된다는 점도 변수다. 주요 파벌이 미는 총리 후보들로선 새 총재직이 독이 든 성배가 될 위험성이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파벌에 속하지 않은 스가 관방장관이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가 관방장관은 아베 총리와 2차 집권기(2012~2020년)를 함께했다. 그만큼 정권 지속성 유지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 내부에서도 스가 잠정 정권으로 일단 급한 불을 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만 71세인 스가 관방장관은 사실상 이번이 총리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스가 관방장관을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아소 부총리도 스가 관방장관과 관련해 1년 잠정 정권이라는 조건을 달아 지원하기로 했다는 평가도 있다. 여기에 니카이 간사장이 이끄는 니카이파(47명)와 스가 관방장관이 중심이 된 스가그룹(30명)이 더해지면 의원 표 절반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올가을 인사에서 자민당 간사장직 유지를 노리고 있는 니카이 간사장은 스가 관방장관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산케이신문이 이날 전했다. 전날 스가 관방장관이 출마 의사를 전달하자 니카이 간사장은 "열심히 해달라"며 화답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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