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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정부 VS 의료계 첨예한 대립

의료계 내부 “지역 격차 외면한 수도권 중심적 주장” 파업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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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각’ 의대생·전공의 “공공의료의 뜻 제대로 알라”

시민단체 “집단행동 유보하라” 전국 12곳 동시 1인 시위

“의료악법 철회·의사권한 축소” 등 청와대 청원도 봇물

[경향신문]

의료계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파업에 나선 의사들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3차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정부의 전공의 고발 철회, 4대 의료정책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의료계 일각에선 전공의 등 의사들에게 파업을 멈춰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료계 파업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지난달 31일 게시된 ‘의사집단을 괴물로 키운 2000년 의료악법의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은 이틀 만인 2일 오후 3시 기준 21만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2000년 개정된 의료악법으로 의료인은 살인, 강도, 성폭행을 해도 의사면허가 유지된다”며 “코로나19 위기가 극에 달해 시민들이 죽어가는 시기에도 의사들이 진료거부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이 지적한 법안은 2000년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던 의사 출신 김찬우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다. 기존 의료법은 의료인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의료인 자격을 제한했으나, 개정 이후 의료법·보건의료법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만 면허 취소가 가능해졌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밖에도 ‘의사 권한을 대폭 줄여달라’ ‘파업 동참 병원을 공개해달라’ ‘파업 참가 의사 처벌 및 면허 취소를 해달라’ 등 글이 이어졌다.

시민사회단체도 의료계 진료거부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참여연대와 전국 1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2일 대구, 부산, 세종, 전주 등 12개 지역에서 의료인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동시에 진행했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본관 입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윤홍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통화에서 “의사도 단체행동을 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 안전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진료 거부에 나설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정책 재논의를 약속한 만큼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집단행동을 유보해야 한다”며 “의사뿐 아니라 보건의료계 여러 주체와 정부, 시민사회가 참여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는 전날부터 파업에 반대하는 의대생·전공의들의 글을 연속 게재했다. 이들은 2일 글에서 “의사 집단행동에서 수도권 중심적인 태도와 지역 차별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의사 단체들은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이미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필요할 때 의료에 접근하기 어렵다. 지역 의료 인프라와 의료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의료 불균등은 건강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충분하다는 것은 지역 현실을 외면하는 발언”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1일 게시글에서는 “의대 교육현장의 문제 또한 크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공병상 수 최하위권에 지역별 의료격차가 극심한 한국의 의학도들이 공공의료의 정의조차 모른다. 공공의료 교육이 없었기 때문에 이들이 공공의대에 반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체행동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의료계의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처음의 취지를 충분히 달성했다. 정부로부터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며 “이제는 돌아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희진·이보라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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