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KDB산업은행에 거듭 전달했다. 채권단이 던진 최종 제안에 대해서도 HDC현대산업개발이 기존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계약 무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사진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왼쪽)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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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곧 계약해지 통보"…기안기금 통해 2조원 수혈 받을 듯
[더팩트|윤정원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재실사 요청을 고수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결렬되는 분위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일 이메일을 통해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하는 입장을 KDB산업은행 등 아시아나 채권단에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일주일 만에 내놓은 답변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이어서 결국 아시아나 M&A는 '노딜'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만났는데도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HDC현대산업개발과 M&A는 끝난 것으로 봐야 하고, 협상 당사자인 금호산업이 곧 계약해지를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1월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후 12월에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2조5000억 원이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아시아나항공 매각작업은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심각한 자금난에 빠지게 됐고, 채권단은 올해 4월 운영자금 1조7000억 원을 긴급 수혈했다.
지난달 26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양측은 회동 결과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현대산업개발의 인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날 이 회장은 정 회장에게 각 1조5000억 원의 공동투자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M&A의 원만한 종결을 위해 현산측과 인수조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했다"며 "이에 대한 현대산업개발 측의 답변을 기다릴 것이며, 이후 일정은 답변 내용에 따라 금호산업 등 매각주체와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노딜'이 결정되면 아시아나에는 2조 원 수준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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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이 채권단 측에 "재실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내자 채권단 측에서는 계약해지를 결정한 모양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메일엔 명확한 의사표시 없이 또다시 애매모호한 내용들만 담겨있었다"며 "최종 담판 뒤에서 답신이 그렇게 왔기 때문에 준비했던 '플랜B'로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호산업이 근시일 내에 현대산업개발 측에 계약해지 통보를 하면, 채권단과 아시아나항공은 곧바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기안기금 지원 금액은 올해 연말까지 필요한 자금으로, 최대 2조 원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딜이 무산된다는 것을 악재로 판단해 리스 비행기와 자금을 회수하려는 리스사나 채권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투입금액을 2조 원까지 보고 있다"면서 "정부의 지원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고, 채권자들도 안심을 한다면 신청금액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산업은행과 현대산업개발은 채권단의 논의 내용에 관해서는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고,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또한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채권단에서 확인이 가능한 부분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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