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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밤에 문 연다고 손님 올까" 2단계 첫날, 한숨쉬는 자영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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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하향조정된 첫날인 14일 서울의 한 음식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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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야간 장사를 하긴 하는데, 큰 기대는 없다”

서울 여의도에서 24시간 김치찌갯집에서 일하는 박모(54)씨는 14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미 매출이 3분의 1토막 난 상황”이라며 “오늘 낮에도 손님이 없었고 저녁에도 비슷할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 가게는 원래 4명인 직원이 2명씩 격일로 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월급은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박씨는 “손님이 없으니 다 나올 필요가 없어 나눠 나온다”며 “잘리지 않아 다행이긴 한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여의도 KBS 인근 24시간 만두 전문점 직원 이모(61)씨도 “이미 몇 달 임대료와 월급이 밀렸는데 장사가 너무 안된다”며 “야간에도 손님이 없는데 인제 와서 뭐가 많이 달라지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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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논현동의 폐업한 요가 학원. 이 요가 학원은 가구와 장비를 그대로 둔 채 "코로나시대 매출 감소로 요가원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문을 닫았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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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침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하향 조정된 첫날 수도권 주요 상권 식당 종사자들은 정상화에 안간힘을 쓰면서도 침울했다. 소비 심리 회복과 매출 정상화까지 장기전이 될 것을 예감하기 때문이다.

단계 완화에도 계속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매장도 속출했다. 서울 후암동의 한 백반집은 ‘죄송하지만 당분간 영업을 하지 못한다’는 쪽지만 붙여 둔 채 문을 닫았다. 지난달부터 손님 방문이 거의 끊어져서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37년째 24시간 영업을 해 온 따로국밥집은 영업제한 시간이 풀렸지만, 장사가 안돼 앞으로 오후 10시 반에 문을 닫기로 했다.

이날 점심 시간대인 12시 30분 학동역 인근 L 패스트푸드점에선 매장 내에서 식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배달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배달 주문하기 때문이다. 매장을 방문해도 포장을 해 빠르게 이동했다. 인근 N 패스트푸드점, B 패스트푸드점 사정도 비슷했다.



이용객 끊긴 실내체육시설



수도권 실내체육시설도 이날부터 방역실천하는 등의 조건부로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역시 정상화는 먼 얘기다. 문을 연 지 6년 된 서울 논현동 A필라테스 학원은 지난주부터 수강료 반값 행사를 한다고 안내해 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하향을 기대하면서 파격 할인가를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30명 한정’으로 기획된 행사는 목표치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필라테스 강사 이모(30)씨는 “수강생이 30~50회 수업을 한꺼번에 끊어도 강사에겐 수업할 때마다 강사료가 입금된다”며 “수업이 중단되면 이 기간 벌이가 없는 것인데 지금 상황은 누굴 탓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미 광복절 이후엔 일대 일로 하는 개인 수업도 거의 사라졌다. 이 학원 관계자는 “평상시 10명이 하는 그룹 수업에 2~3명이 겨우 나온다”며 “사회적 안정이 먼저이긴 하지만 유지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필라테스학원이나 헬스장, 실내 골프 연습장은 그나마 손님이 적어도 문을 열 수 있지만 ‘격렬한 운동’으로 분류된 GX나 줌바 강습은 여전히 허용되지 않는다. GX 마니아를 자청하는 주부 김모(42)씨는 “마스크 쓰면 괜찮을 것 같아 7월에는 몇 번 했지만, 요즘은 1~2시간씩 동네를 걷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 대처 제각각인 커피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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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중구 스타벅스 한국프레스센터점을 찾은 시민들이 매장을 이용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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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매장 내 취식이 허용된 각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이날 오전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전날 갑작스럽게 지침이 완화가 발표되면서 대부분 준비가 안 된 채 완화 첫날을 보냈다. 직원들은 발열 카메라 설치하고 띄어 앉기를 유도하기 위해 테이블을 치우는 등 방문자 동선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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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논현동의 한 패스트푸드점 입구에 설치된 체온측정기. 전영선 기자


같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이라도 방역을 위한 세부 규칙이 제각각인 점은 문제로 보였다. S 커피 전문점의 경우 직원이 출입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방문객이 입장하자마자 열을 재고 QR코드를 체크했다. 좌석은 절반을 치워 손님끼리 간격이 2m 이상 떨어져 앉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C 커피 전문점은 출입구에 명부를 두고 방문자가 자율적으로 휴대전화 번호를 적도록 조치했다. 좌석과 테이블을 그대로 둔 대신 간격을 두고 앉을 것을 당부하는 팻말을 설치했다. P 커피 전문점은 종이에 직접 써 상자에 넣는 방식과 QR 코드 제출 중 소비자가 편한 쪽을 택하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적지 않고 들어가도 제지하지 않았다. 특히 ‘매장 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는 정도가 모두 달랐다. 마스크를 내리고 있는 손님 자리로 직원이 다가와 적극적으로 재착용을 요구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곳곳에 안내문만 붙이는 정도의 소극적 대처가 혼재돼 있었다.

이날 C 커피점을 방문한 박모(31)씨는 “개인정보가 너무 함부로 취급되는 것 같아 (명부를) 적지 않고 음료만 사서 그냥 빨리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번호를 꼼꼼히 보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남의 번호를 적어 낼 수도 있을 것 같아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전영선·배정원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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