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는 논의 중”…키프로스 반대로 난항
벨라루스-러시아, EU 접경지역서 공동 군사 훈련
15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 의회 건물 앞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정권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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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부정 선거 의혹으로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외교부 장관 역할을 하는 조셉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 유럽연합 의회 연설에서 “이(벨라루스) 상황은 명확하다. 우리는 지난달 9일 선거(벨라루스 대선)가 부정 선거였다고 여긴다. 우리는 루카셴코 대통령을 벨라루스의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벨라루스 정부는 지난달 10일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넘는 득표율로 6선을 했다고 발표했다. 벨라루스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1994년부터 루카셴코가 6연임, 26년째 집권 중이다. 이후 벨라루스 시민들은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루카셴코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한 달 넘게 계속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지난달 벨라루스 대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에는 루카셴코의 대통령 자격까지 부정하며 압박 강도를 높힌 것이다. 조셉 대표는 벨라루스 시위 진압 과정에서 “7500명 이상 평화적 시위 참가자들이 구속되고 500건 이상 가혹 행위가 기록되거나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셉 대표 강경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만나, 벨라루스 정부에 15억달러(약 1조7600억원)의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조셉 대표는 이 회담을 언급하며 “모스크바의 지원을 받아 루카셴코가 권좌에 머물겠다고 고집하는 것이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루카셴코 정부에 제재를 가하지는 못하고 있다. 조셉 대표는 “우리는 벨라루스 제재에 대한 논의를 계속 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쳤다. 유럽연합 회원국 대부분은 루카셴코 정부 주요 인사들의 유럽연합 역내 방문 금지와 자산 동결 제재안에 찬성했으나, 키프로스공화국이 반대하고 있다고 최근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유럽연합이 외교 정책을 결정하려면 회원국 전체의 동의가 필요하다. <로이터> 통신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유럽연합 외교 관계자들의 말을 따, 키프로스가 겉으로는 제재 내용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속내는 유럽연합이 터키를 제재하는 안이 벨라루스 제재에 포함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터키는 최근 키프로스 근처 지중해에서 유전 탐사를 하고 있어, 키프로스 및 그리스와 갈등을 빚고 있다. 키프로스가 바라는 터키 제재안은 터키를 지나치게 자극하기를 원하지 않는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 생각과는 차이가 있어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 14일부터 벨라루스 남서부 브레스트에서 ‘슬라브 형제-2020’ 합동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 브레스트는 폴란드 접경 지역이다. 오는 25일까지 예정된 이 훈련은 양국 공수부대가 참가하는 대 테러작전 훈련인데, 유럽연합 견제 성격이 있다는 시각이 많다. 원래 이 훈련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세르비아는 최근 유럽연합(EU) 요청으로 훈련 참가를 포기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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