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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선거조작 의혹’ 벨라루스 대통령 기습 취임…야권 “셀프취임” “광대극”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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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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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부정 선거 의혹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는 와중에 23일(현지시간) 기습 취임식을 벌여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민스크|로이터연합뉴스


부정 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기습 취임식을 벌였다. 수도 민스크 도심에서는 수천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고, 야권에서는 “셀프 취임” “광대극” 등의 비판이 나왔다. 지난달 9일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득표율로 압승을 거두자 야권과 지지자들은 “개표 조작”의혹을 제기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벨라루스 국영 벨타 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정오부터 수도 민스크 시내 대통령 관저에서 6번째 취임식을 가졌다. 오른손을 헌법 법전에 얹고 벨라루스어로 취임 선서를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리디야 예르모쉬나가 대통령 신분증을 전달했다. 상·하원 의원, 고위공직자 등 수백명이 참석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시위를 겨냥해 “색깔혁명’(정권 교체 혁명)은 성공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어떤 외부의 참여 없이 스스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루카센코 대통령은 1994년부터 26년째 권력을 놓지 않고 있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린다.

이날 아침까지도 취임식 일정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일정이 미리 공개될 경우 시위 등으로 행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전격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취임식은 TV로도 중계되지 않았다. 취임식장 주변에는 군인들이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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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취임에 반발하며 수도 민스크 도심에 나온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있다. 민스크|타스연합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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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뒤 수도 민스크 등 벨라루스 곳곳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시민들은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벨라루스 당국은 전경을 투입하고 물대포를 쏘는 등 강경진압했다. 인권단체인 ‘비아스나 인권그룹’은 “체포된 사람이 115명에 이른다”고 했다.

대선에서 2위를 기록한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성명을 통해 “내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유일한 지도자”라며 “이 취임식은 광대극”이라고 했다. 티하놉스카야는 리투아니아로 피신해 있다. 야권 정치인 파벨 라투슈코 전 문화부 장관은 “셀프 취임을 위한 특별작전”이라며 “마피아 대부를 추대하기 위해 모인 도둑 모임 같았다”고 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루카셴코를 합법적으로 선출된 벨라루스의 지도자로 간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도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인정받을 만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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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취임에 반발하는 여성들이 수도 민스크 도심에서 대통령의 ‘셀프 취임’을 조롱하는 의미로 왕관을 쓰고 행진을 하고 있다. 민스크|타스연합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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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취임에 반발하며 수도 민스크 도심에서 시위를 벌인 시민 한 명이 경찰의 강경진압에 부상을 입고 응급처치를 받고 있다. 민스크|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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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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