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조사 열세를 뒤집고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지지를 공개하지 않는 '샤이 트럼프'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로 귀결된다고 지적합니다.

오늘(현지 시간 23일)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가 7일부터 전날까지 시행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평균 낸 것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42.9%로 바이든 후보(50%)보다 7.1%포인트 낮았습니다.

이달 여론조사 중 트럼프 대통령이 앞선 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의 조사(트럼프 47%·바이든 46%) 한 건에 그쳤습니다. 다만 라스무센이 지난 대선 결과를 맞힌 기관이어서 주목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경합주로 꼽히는 플로리다주(州)를 비롯해 상당수 경합주에서도 바이든 후보에 밀리는 상황입니다.

플로리다주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47.4%(11~22일 진행된 여론조사 평균치)로 바이든 후보(48.7%)보다 1.3%포인트 낮았습니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에리조나·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미네소타주 등에선 0.5~10.2%포인트 바이든에게 뒤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세한 경합주는 텍사스, 조지아, 아이오와 등이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샤이 트럼프로 분류되는 유권자들이 대선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일단 회의적입니다.

그러나 공화, 민주 양당은 샤이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대역전극 동력으로 주목된 까닭에 그 세력이 얼마나 되는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 때 저학력 노동계층인 블루칼라 유권자들은 트럼프 후보에 대한 지지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선거에서 몰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막판 전력질주구간에서 역전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샤이 트럼프를 다시 소환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침묵하고 있는 다수의 자기 지지자를 간과하고 있다면서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우리를 굴복시키려고 괴롭힌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전대 이후 270만 달러(약 31억5천만 원)를 들여 에리조나·조지아·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위스콘신주(州) 등 경합주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던 유권자들이 사회적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민주당 쪽도 공화당만큼이나 샤이 트럼프를 주요 변수로 여기며 크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측 여론조사 전문가 존 아나졸라는 "지난 대선에 대한 집단적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존재한다"라면서 "이는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취임할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샤이 트럼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여론조사에서도 기정사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발표된 몬머스대 여론조사 결과에서 응답자 55%가 "내가 사는 지역에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유권자가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강성 지지자인 응답자 가운데는 67%, 바이든 후보를 강하게 지지하는 응답자 중에는 49%가 지역 내 샤이 트럼프가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온라인시장 연구업체 '클라우드리서치'가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공화당원 11.7%가 "전화 여론조사에선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를 말하지 않는다"라고 답했습니다. 민주당원은 4.5%, 소속 정당이 없는 경우는 10.5%가 같은 답을 했습니다.

고소득일수록 샤이 트럼프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21일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연소득 7만5천 달러 이상인 응답자 사이에서 전화와 온라인 등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10%포인트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이번 대선 때는 샤이 트럼프가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첫 번째 이유는 여론조사기관들이 이제는 표본을 선정할 때 학력을 고려한다는 점입니다. 2016년에는 표본 선정 시 학력을 고려치 않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 지지세가 강한 대졸 유권자가 과잉대표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표를 던진 유권자들이 더는 '샤이하지 않다'는 점도 이유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금의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를 드러내고 자랑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라면서 "여러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 90%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히는데 이는 민주당원 사이 바이든 후보 지지율보다 높다"고 전했습니다.

마지막 이유는 투표이력 때문에 각 당이 모르는 트럼프 지지자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개인의 투표이력을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통신은 "투표이력 때문에 지난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양 선거캠프가 모두 파악할 수 있다"면서 "이는 일부 트럼프 측 선거전략가들도 인정하는, 이번 대선 땐 샤이 트럼프가 주요한 변수가 될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대선 여론조사 결과가 틀리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영국 BBC방송은 "당시 대부분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후보가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는데 실제 300만표 더 득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선거인단 투표라는 선거제도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지 여론조사가 실제 여론과 완전히 과리됐던 것은 아니었다는 의미입니다.

방송은 "대졸 미만 학력 유권자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문제는 대부분 여론조사기관이 해결했다"라면서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여느 해보다 불확실성이 커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할 때 회의적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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