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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국민의힘 지지율은 왜 안 오르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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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한겨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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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대표나 대선주자 정도 되는 거물 정치인들은 여론조사 지지도 오르내림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옳은 태도다. 그러나 거짓말이다. 정치인은 지지도가 오르면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다. 다음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인기는 실체다. 실력이 있지만 인기 없는 사람과 실력은 없지만 인기 있는 사람이 선거에서 겨루면 실력은 없지만 인기 있는 사람이 이긴다. 선거에서 이겨야 정치를 할 수 있다. 정치는 그런 것이다.

국민의힘은 요즘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다. 정부 여당의 잘못으로 인한 반사이익뿐만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보다 국민의힘에서 나오는 정치 뉴스가 더 많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강·정책에 기본소득과 경제민주화를 넣을 때만 해도 그런가 보다 했다. 광주 5·18 국립묘지에서 무릎을 꿇은 것은 놀라운 장면이었다. 김종인 위원장은 한 발 더 내디뎠다. 문재인 정부의 공정경제 3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재계는 물론이고 이른바 보수세력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김종인 원맨쇼일까? 그렇지 않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많이 달라졌다. 윤희숙 의원의 5분 발언이 선풍을 일으켰다. 박덕흠 의원의 탈당은 신속했다. 장제원 의원의 페이스북 글은 예리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4차 추경 심사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추진한 전국민 통신비 지원을 저지했다.

그런데 참 희한한 일이다. 25일 발표한 한국갤럽 정례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21%였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8월 둘째 주에 27%를 찍은 뒤 다시 20% 수준으로 떨어져 박스권에 갇혀 있다. 옆으로만 걷는 게걸음이다. 2020년 4·15 총선 참패 직후에도 미래통합당 지지도는 22%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왜 이럴까? 국민의힘 지지도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뭘까? 김종인 위원장의 진단은 혁신의 부족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30~40대의 여론이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과연 저 당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냐, 그저 형식적으로 구호만 내걸고 하는 것 아니냐, 이것을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 현명한 국민의 판단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진단은 다르다. 이미지가 나쁘다는 것이다. “굉장히 오랜 기간 누적된 기득권의 이미지가 있다. 20~30대가 특히 그렇다. 탄핵이 겹치면서 유능한 경제세력 이미지마저 잃어버렸다. 도덕성과 국정 운영 능력 면에서 부적격이라는 이미지가 널리 퍼져 있다.” <조선일보> 김대중 전 고문의 진단은 또 다르다. 좌클릭 때문이란다. “좌파가 득세하고 있는 지금 보수·우파 정당은 ‘중도 포용’ 운운하며 좌파 흉내를 내고 있다. 그것이 보수당의 약점이자 한계인지도 모른다.”

그런가? 셋 다 좀 허전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사람의 문제로 짚었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인물을 통해 정당 일체감을 느낀다. ‘이명박의 한나라당’, ‘박근혜의 새누리당’인 것이다. 그런데 진보 의제인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는 김종인 위원장에게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일체감을 느끼지 못한다. 관심(Attention)은 끌어도 매력(Attraction)과 흡수(Absorption)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국민의힘 실무 당직자에게 물었다. “황교안 체제의 자유한국당은 태극기 부대와 차별성이 없었다. 김종인 체제의 국민의힘은 태극기 부대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새로운 이념 지표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그 이념을 상징하는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답보 상태다.” 정치 현장 최일선에서 뛰는 사람의 진단이라서 그런지 가장 설득력이 있다.

어떻게 하면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오를 수 있을까?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내년 4·7 재보선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면 급상승할 것이다. 정가의 오래된 비밀이 있다. 지지도가 높아서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선거에서 이기니까 지지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둘째, 대선주자의 출현이다.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에 나설 보수 야당 대선주자가 출현하면 국민의힘 지지도가 상승세를 탈 것이다. 한 사람이든 두 사람이든, 기존 정치인이든 정치 신인이든 별 관계가 없다. 다만 최소한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위협할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런 대선주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2022년 대선 승리 가능성은 사라지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오르지 않고 제풀에 주저앉을 것이다. 정치, 참 냉정한 것이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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