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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기자수첩] AI 정부 과제, '단기 일자리 창출' 그쳐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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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정부가 최근 '데이터 댐' 사업을 추진하면서 올해 약 3000억원의 추경을 배정해 대대적인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에 나섰다. 기업·기관 등 584곳이 참여하다 보니 주요 AI 기업이건, 지난해 설립된 신생 AI 스타트업이건 대부분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이나 AI 바우처 사업 참가기업으로 선정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AI 바우처 등 총 7개의 데이터 댐 사업 지원을 받는 기업·기관이 무려 2103개에 이르기 때문이다.

다만, AI 기업들은 8월 이후 최고경영자(CEO) 조차 여유 시간을 내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분주해졌다. 전체 인력 5명에서 수십명 수준 스타트업들은 회사 대표까지도 이 작업에 투입이 됐다. 한 AI 기업 대표는 "AI 기업이 4개월 만에 프로젝트를 끝내려면 회사 업무가 완전히 마비될 정도"라고 한탄했다. 정부가 점진적으로 과제를 공모해야만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데이터 댐' 사업을 들여다보면, 청년 실업자가 급증함에 따라 한시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목적이 크다. 과기정통부는 "당초 2만4000개의 일자리를 예상했지만 참여기업들이 직접 고용,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2만8000명의 일자리를 제안해 전망치를 상회할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크라우드소싱은 단순 부업 수준이고, 직원을 채용해도 거의 6개월 이내 단기 일자리에 그친다. 특히 크라우드소싱은 일일이 데이터에 하나씩 이름을 붙여주는 라벨링 작업을 진행해 '현대판 인형 눈알 붙이기'로 불릴 정도로 단순하고 힘이 드는 작업으로, 일의 만족도도 낮다.

정부는 데이터 댐 사업에 추경 약 5000억원을 투입해 'AI 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사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정부 과제를 이어간다면, AI 기업들은 본업인 AI 솔루션 및 서비스 개발에 힘을 쏟을 수 없게 된다. 또 기업들에는 AI 전문인력 채용이 더 시급한 데 임시적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경쟁력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AI와 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은 환영하지만, 급하게 정책들을 쏟아내기 보다 어떤 방법이 AI 기업에 도움이 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실효성 있는 방안들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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