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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사설] 기업 하소연에는 귀 닫고 ILO협약 비준 최후통첩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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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5일 국내 주요 30대 기업의 인사·노무 책임자와 간담회를 가졌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 등 현안에 대한 기업의 애로를 듣는다는 취지였다. 이 자리에서 경영계는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조법 개정안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 등 기업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노동법 개정으로 해직자의 노조 가입이 가능해지면 기업과 관련이 없는 시민단체가 노조를 장악해 그러지 않아도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 산업재해로 사망사고가 났을 때 사업주와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소지가 큰 법안이다.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이미 대표이사 등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고 많은 벌금을 물리고 있는데 처벌 범위가 이보다 넓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노조로 기울어진 노동법 개정안을 보완하려면 파업 때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사용자 부당 노동행위뿐 아니라 노조의 부당 행위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서도 기업인 처벌 수위를 높이기보다는 산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업들의 간곡한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이재갑 장관은 간담회에서 "21대 첫 정기국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며 경영계에 최후통첩을 날렸다. 여기에 더해 하반기엔 청년 신규 채용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경영계 입장에선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이고 온 셈이 됐다. 노동 분야 말고도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안 등 쏟아지는 규제에 기업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릴 생각이면 기업의 절규에 귀를 열고 정책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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