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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사설] 시장 민심 달래려고 유통 기업들 희생양 삼으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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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일몰 예정이던 대형마트 입점 제한과 의무휴업을 5년 연장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유통 업계 반발이 거세다. 코로나19로 적자에 시달리는 마당에 아예 유통 기업들을 고사시키려는 조치라는 것이다. 여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형마트에 더해 백화점·면세점 등으로 규제 확대에 나서 기업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국회에는 대형 유통 업체 규제 법안이 14개나 무더기로 제출된 상태다. 복합쇼핑몰·백화점·아웃렛 등 대기업이 중심이 된 유통 채널을 망라해 영업을 제한한다는 것인데 보여주기식 규제라는 지적이 많다. 의무휴업 확대를 강제한다고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란 발상은 착오다. 오히려 쇼핑몰·백화점 등에 입점한 중소 업체나 식음료 등 납품과 관련된 소상공인들만 연쇄적으로 피해를 볼 게 뻔하다.

대형마트 규제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은 수치로 확인된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영업일 규제를 시작한 2012년에 비해 지난해 대형마트 매출이 14%나 줄었는데 전통시장 등 매출은 28% 늘어 소매업 전체 증가율 43%에도 못 미쳤다. 대형마트가 규제에 시달리는 동안 식자재 마트 등 또 다른 업태가 등장하는 등 풍선효과로 골목상권 위협은 여전한 셈이다. 지난 2분기만 해도 이마트 474억원 등 대형마트 영업적자는 커졌다. 소비가 온라인으로 이동해 대형마트가 휘청이자 농축산물 납품 농가도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도 국회에 제출된 법안 중에는 전통상업보존구역 12㎞ 내에선 대형 매장 입점을 금지하자는 황당한 내용도 있다. 대형마트는 출점은커녕 오프라인 매장을 줄여나가 일자리만 사라지는데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었다. 거리 제한으로 신축 아파트단지를 끼고 만들어지는 마트를 아예 원천봉쇄한다면 전통시장 상인들 이익은커녕 주민 불편만 가중될 것이다. 여당은 내수 침제로 위기에 내몰린 전통시장 상인과 자영업자 민심을 달래려 부작용만 키울 규제안을 쏟아낸다는 지적을 새겨야 한다. 대형 유통점이 문 닫으면 전통시장이 살아날 것이란 생각을 접고 상생할 방안을 찾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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