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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김성현 기자의 그 영화 그 음악] 김추자 ‘미련’ 속 절절함에 1990년생 감독도 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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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의 여름밤’과 신중현의 명곡

조선일보

예전에 어머니와 노래방에 가면 한국 록 음악의 대부인 신중현의 노래를 부르곤 했다. 한두 곡이 아니라 ‘꽃잎’과 ‘미련’ ‘빗속의 여인’과 ‘바람’까지 한 시간 내내 신중현의 곡만 부른 적도 있다. 마지막 곡은 언제나 같았다. ‘아름다운 강산’. 길어서 본전 뽑기 좋았으니까. 이젠 아련한 추억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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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단비 감독의 영화 '남매의 여름밤'에서는 신중현의 '미련'이 주제가처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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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개봉한 독립 영화 ‘남매의 여름밤’(각본·감독 윤단비)을 보다가 옛 생각에 조용히 웃었다. 영화에서는 신중현의 ‘미련’이 서로 다른 세 가수의 버전으로 흐른다. 누나 옥주(최정운)와 동주(박승준) 남매가 아버지의 봉고차를 타고 할아버지 집으로 향하는 첫 장면에서는 가수 임아영이 부른 ‘미련’이 흐른다. 1971년 발표 당시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현재 중고 LP는 10만원이 넘는 희귀 음반으로 톡톡히 대접받는다.

아무래도 ‘미련’은 장현이나 김추자가 부른 버전으로 더욱 친숙할 듯하다. 옥주와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중반부에는 장현의 노래, 마지막 장면에서는 김추자의 노래가 흐른다. 영화는 대체로 음악을 절제하는 편이다. 하지만 ‘미련’은 영화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면서 주제가 역할을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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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매의 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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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으로 이 노래가 흥미로운 건, 16마디의 선율을 지독하게 반복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가는 그 곳에/ 너무나도/ 그리운 사람/ 갈 수 없는/ 먼 곳이기에/ 그리움만/ 더하는 사람.” 별다른 전환 없이 이 선율을 네 번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노래가 마무리된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끝도 없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감정이 미련일 테니까. 생각이 변하거나 사라지면 미련이 아닐 테니까.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라는 노랫말로 유명한 ‘미인’처럼 신중현의 명곡은 단순하고 명쾌한 구조를 지닌 경우가 많다. 하긴 비틀스의 ‘렛 잇 비(Let it be)’가 복잡해서 명곡이 된 건 아니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윤단비 감독은 1990년생. ‘미련’이 발표된 시절에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세대다. 그런데도 이 노래를 고른 이유가 궁금했다. 전화 인터뷰에서 윤 감독은 “시대성이나 향수를 드러낼 수 있는 노래를 찾다가 동료 스태프의 추천으로 김추자의 ‘미련’을 듣게 됐다”면서 “그리움의 정서를 담고 있어서 영화에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처음엔 딱 한 장면에만 쓰려고 했지만, 세 버전 모두 포기하기 아까워서 고심 끝에 결국 모두 사용했단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분명 현재다. 그런데도 아련하고 서정적이고 복고적 정서로 가득한 건 분명 음악 덕분일 것이다. 역시 괜히 명곡이 아니다.

<신중현의 명곡이 흐르는 한국 영화>

1)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영화 ‘살인의 추억’ 왓챠에서 바로보기

2)이창동 감독의 ‘밀양’ ☞영화 ‘밀양’ 왓챠에서 바로보기

3)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 곳에’ ☞영화 ‘님은 먼 곳에’ 왓챠에서 바로보기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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