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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나주 영산강 죽산보 8년만에 철거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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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영산강인 전남 나주에 건설된 죽산보가 막바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1600여 억원 들인 죽산보는 8년만에 보 자체가 완전히 철거된다.

영산·섬진강 유역물관리위원회는 28일 나라키움 광주통합청사에서 제3차 본회의를 열고 죽산보 해체와 승촌보 상시개방이라는 결정을 했다.

유역물관리위가 이날 채택한 의견안을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전달된다. 국가물관리위는 유역물관리위 의견을 수용하기때문에 죽산보는 해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영산강 보 처리방안 결정을 앞두고 지역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1년여 논의 끝에 마무리됐다.

이날 유역물관리위의 결정은 지난 2월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제시한 죽산보 해체와 승촌보 상시개방 의견과 동일하다.

4대강 기획위는 수질과 생태 개선, 유지와 관리 비용 절감 등 편익이 제반 비용을 상회한다며 죽산보 해체를 제시했다.

보 해체는 가동보와 고정보, 부대시설 등 모든 구조물을 철거한다는 뜻이다. 죽산보 건설에는 1635억원이 투입됐다.

이날 유역물관리위는 승촌보도 4대강 기획위 제시안이 여론 수렴 과정에서 그대로 받아들였다. 죽산보와 달리 막대한 비용을 또 들여야 하는 철거가 되려 손해라는 분석이다. 승촌보 상단은 광주 남구 승촌동과 나주 노안면을 연결하는 공도교로 기능한다. 보 주변 수막(水幕) 재배 수요도 철거가 아닌 존치 방향에 힘을 실었다.

수막 재배는 비닐하우스를 이중으로 설치하고 그사이에 수온이 높은 지하수를 흘려보내 보온 효과를 거두는데 일반 재배시설보다 난방비가 적게 든다.

이날 결정에 대해 환경단체와 농민들의 주장이 서로 달라 지리한 공방이 예상된다.

지난해 4대강 기획위 제안이 나왔을 때 환경단체는 영산강 자연성 회복을 요구했고, 농민들은 물 부족을 우려했다. 보 처리 방향을 확정할 때까지 엇갈린 반응은 되풀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산강재자연화시민행동과 영산강살리기네트워크 등 환경단체는 이날 회의장 주변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를 헐어야 강이 산다. 승촌보도 죽산보와 함께 해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체는 “물 이용 대책 추진 후 완전 개방을 권고한 승촌보도 해체가 마땅하다”며 “지하수위 저하로 인한 물 이용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민이 뜻만 모으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보 해체와 상시개방이 물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농민들은 “여론 수렴 과정에서 지역민이 배제됐다”며 반발했다.

죽산보 철거 반대 투쟁위원회 관계자는 “죽산보를 철거하면 영산강은 도랑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가뭄 대책도 없고 소통에서 진정성도 없는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조명래 장관은 이날 영산·섬진강 물유역위 회의가 끝나고 “민간위원들이 논의 과정에서 보 해체와 상시개방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대변해주셨다”며 “물 이용 대책과 실현 계획을 충분히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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