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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부모의 꾸준한 ‘관리’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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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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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ㅣ김선호의 우리 아이 마음 키우기


한 교육기관에서 온라인 비대면 학부모 강연 뒤 질문을 받았다.

“온라인 수업 들으라고 스마트 기기를 사주었습니다. 그런데 엄마 속이고 자꾸 게임만 합니다. 무섭게 혼내기도 하고 애원하면서 달래보기도 했는데 소용없습니다. 이럴 때 강제로라도 감시하면서 공부시켜야 하나요? 아니면 알아서 하게끔 둬야 하는 건가요?”

질문을 듣고 안타까웠다. 학부모 고충이 공감되어 안타까웠고, 하지 말아야 할 방법들만 골라서 한 상황이 더 안타까웠다. 무섭게 혼내는 일은 공포, 무력감, 수치감을 준다. 자녀에게 애원하는 과정은 ‘화’내는 것보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부모가 애원할수록 아이는 ‘폭군’이 된다. 강제로 감시하며 공부시키는 것은 자율성 손상을 가져오고, 알아서 하게끔 두는 것은 ‘방임’이 된다. 질문 중 해결 방법으로 제시한 사례들이 모두 자녀의 자존감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이쯤 되면 원망 섞인 질문이 들어온다.

“그럼 뭘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필요한 건 화도 아니고, 애원도 아니고, 감시도 아니고, 방임도 아니다. ‘관리’다. 가정에서 스마트폰 사용 약속 규칙을 정한다. 그런데 아이가 그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그럼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규칙이 지키기 어려울 정도인지, 아니면 적정한데 아이가 자신의 의지로 조절하지 못하는지 살펴야 한다.

지키기 어려울 정도이면 규칙을 수정하고, 아이가 조절하지 못하는 상황이면 조절하지 못하는 시간 동안 부모가 스마트 기기를 가져가면 된다. 이 과정이 관리다. 화내면서 흥분하거나 달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그냥 ‘안 된다’ 짧고 단호하게 말해주고 약속된 시간 이외에 가져가면 된다.

아이가 울기도 하고 짜증 내기도 하고 화도 내고 엄마의 온갖 감정을 침범하려 애쓸 것이다. 이때 똑같이 감정적 대응의 흐름에 빠져들면 해결 방법이 없다. 좋지 않은 상황들만 연출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이가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지 날마다 정해진 분량을 ‘관리’해주어야 한다. 사실 그 관리 시간이 부모로서는 여간 귀찮고 답답하고 힘든 게 아니다. 그래서 꾸준히 유지하려 하지 않는다. 정해진 분량을 했는지, 못했으면 어떤 연유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환경을 개선하거나 보완해주는 일을 꾸준히 해야 한다.

‘관리’가 된 아이들의 자존감은 ‘안정감’을 보인다. 관리를 통해 앞으로의 상황이 예측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아이가 무언가 꾸준하게 성취감을 얻길 바란다면, 그 성취감을 통해 꾸준히 안정적 자존감을 유지하길 바란다면, 부모의 꾸준한 관리가 우선이다.

자녀 교육이 어려운 이유는, 이렇게 지속적 관리를 하기보다 엄마가 한번 혹은 몇번 말하면 저절로 지켜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알라딘 램프의 요정이 아니다. 말하면 다 이루어지는 그런 아이는 없다. 그저 매일 ‘관리’가 필요한 아이들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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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ㅣ 서울 유석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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