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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찔끔 푼 공공SW 규제…"대기업 몫 20% 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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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족쇄로 인식돼 온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를 정부가 일부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정부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기업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일부 중견기업들은 대기업의 문호를 넓혀주면 안 된다고 반발하는 모양새여서 SW 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현행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는 대기업이 국내 공공 SW 시장의 상당수(2010년 기준 76.4%)를 차지한다는 지적에 따라 2013년 도입됐다.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에 대한 공공 SW 사업 참여를 전면 제한하고 국가 안보, 신산업 분야 등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참여를 허용하는 제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8일 온라인 공청회를 열고 대기업 참여 제한 예외 인정 여부를 논의했다. 정부는 대기업들이 공공 SW 사업에 참여할 때 '신기술 적용' 여부뿐 아니라 '신시장 창출 효과'와 '혁신 창출 수준'도 함께 평가한다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한국 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제출할 '사업 실적(레퍼런스)'을 쌓을 수 있도록 중소·중견기업이 주 사업자가 되고 대기업은 공동수급인(사업 비중의 20%)으로 참여할 수 있는 예외도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긴급 상황 발생 때는 주사업자인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과 하도급 계약을 맺어 대기업을 총사업비의 10% 내로 참여시킬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된다.

송경희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정책관은 "대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대·중소기업 간 상생도 도모하기 위한 제도 개선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기업은 물론 중소 SI(시스템통합) 기업들 사이에서도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1000억~2000억원짜리 공공 SW 사업 입찰 때에도 수주 경쟁 때문에 비용을 최대한 낮춘다"며 "가뜩이나 마진이 많지 않은데 전체 입찰액의 20%를 보고 공공 SW 사업에 참여하려 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이 전체 공공사업 중 가장 까다로운 공정을 맡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까지 떠맡아 해결하라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현재 공공 SW 시장은 중소·중견기업이 주 사업자여도 대기업이 공동수급인으로 참여하면 공동으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사업 실적을 쌓게 해준다는 명분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SI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A빌딩을 짓는데 지방 작은 건설사가 공사를 다 하고 대형 건설사는 가장 복잡한 골조 설계만 담당했다고 하자. 누가 이 빌딩을 대형 건설사의 실적으로 인정해주겠나"라며 "이런 구조로는 수출 시장에 레퍼런스라고 내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

거의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공공 SW 사업의 대기업 참여 제한이 한국의 글로벌 SW 경쟁력을 깎아먹는 만큼 유연하고 건설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혁신이 빨라지면서 글로벌 SW 시장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다양한 신기술이 접목·융합되는 추세다.

중견·중소기업들은 각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만, 이를 융합하고 통합하는 큰 그림은 대기업의 역량이 탁월하다.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을 구축하려는 교육부가 작년 말부터 무려 네 차례나 '대기업 참여 예외 인정' 신청을 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2014년까지 세계 1위였던 한국 전자정부 경쟁력(유엔 평가)은 2018년 3위까지 떨어졌고, 대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위축되면서 SI 시장도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2020년 전자정부 평가에서는 전체 2등, 온라인 참여지수는 1위를 기록했다. 전자정부 발전지수가 2위인 것은 인적자본 분야가 23위에 그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준국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산업과장은 "해외 시장 진출 등 산업의 전체 파이를 키우고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합의안이 마련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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