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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북한 연평도 피격 사건

해경 ‘자진 월북’ 잠정 결론…北은 민간인 무참히 총살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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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정체불명의 침입자” 발표와 달리

고향·나이 등 신상정보 소상히 파악

단속정, 의사소통 충분한 거리 접근한 듯

北 해당부대, 핵심사항 보고 누락 가능성

시신훼손 여부 등 여러 의문점 규명 시급

세계일보

수색 한창 해양경찰청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원 이모씨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29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 앞바다에서 해병대원들이 고속단정을 타고 해상 정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에 피격된 공무원 이모(47)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잠정결론 낸 해경의 발표가 북한 당국이 밝힌 피격 경위와 차이가 크다. 해경과 군 당국이 파악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씨의 신원과 월북 의사를 확인한 북한 측의 이씨 사살 경위가 석연치 않다. 북한 당국이 이씨에게 총격을 가한 단속정의 소속 부대로부터 정확한 상황 보고를 받지 못했거나, 해당 부대가 핵심 보고사항을 누락했을 가능성도 있어 남북 공동조사 필요성을 더욱 높여주는 대목이다.

◆해경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여러 의문 남아

그동안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과 관련해 군은 무게를 둔 반면 유가족은 가능성을 일축하는 등 논란이 있었지만 해경은 29일 월북 쪽으로 결론지었다. 그 근거로 우선 북측이 이씨 발견 당시 이름과 나이, 고향, 키 등 ‘신상 정보’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이는 이씨가 월북 의사를 피력하며 전달한 내용으로 분석되는데, 북한 해군 단속정이 소속 부대와 주고받은 교신 내용에서 파악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단속정이 이씨와 의사소통이 충분한 거리까지 접근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경 발표가 맞을 경우, 북측은 이씨가 비무장 상태로 월북을 시도한 민간인임을 알았으면서도 무참히 총살한 셈이 돼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고, 누가 왜 사살 지시를 했는지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지난 25일 통일전선부 명의 통지문에서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이씨를 ‘불법 침입자’로 규정한 것도 이런 점을 의식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해경은 또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했지만 북한은 구명조끼 착용 여부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이씨가 ‘부유물’을 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은 사격 후 10여까지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해경의 발표처럼 이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면 피격된 후에도 해상에 떠 있어야 한다. 군 관계자들은 구명조끼가 총에 맞았더라도 당장 가라앉지 않는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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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2층 대회의실에서 기관별 표류예측 결과를 설명하며 연평도 해상 실종 공무원 수사 중간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신 훼손 여부는

북측이 시신을 태워 훼손했는지 여부도 의문이다. 해경은 이 부분에 대해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군은 지난 24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군 관계자는 출처를 밝힐 수 없다는 첩보내용을 근거로 “북한군 단속정이 상부 지시로 실종자에게 사격을 가한 것으로 보이며 방독면을 쓰고 방호복을 입은 북한군이 시신에 접근해 불태운 정황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측은 다음날 “사격 후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고, 부유물만 태웠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군이 조각조각 수집된 첩보를 꿰맞추는 과정에서 ‘추정’에 불과한 정황을 마치 눈에 본 것처럼 ‘단정’해서 섣불리 발표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 첩보를 수집한 군 당국 부서에서는 시신을 불태웠다는 발표 내용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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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9월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현재 북측도 이씨의 시신 수색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을 발견해 자신들의 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만약 시신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논란만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논란을 막고 사건의 정확한 실체 파악을 위해서는 남북 공동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천=오상도·강승훈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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