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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강경화 “사생활 절대권리 아니다” 방역 외치더니, 남편엔 예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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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주의보 내린 주무장관, 한달전엔 “방역 비협조땐 공권력”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3일 요트 구입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것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전 국민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고, 정부도 시민들에게 해외여행 자제 등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현직 외교 장관 배우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거니와 방역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거세다. 강 장관은 과거 “사생활이 절대적 권리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방역 조치를 정당화하면서 일부 국민의 비협조적 행태를 비판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가족이 코로나 와중에 수차례 해외여행을 다닌 것은 막지 않은 것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씨는 지난 6월에도 요트 구매를 위해 그리스 여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는 유럽에서 감염자 수가 급증하는 등 코로나가 확산 일로였다. 외교부는 전 세계 국가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해 국민의 여행 취소를 권고했었다. 그런데도 이씨는 유럽행 비행기표를 예매했고, “이왕 갔으니 근처 관광도 좀 하다가 올까 (한다)”라고 자기 블로그에서 밝혔다. “(요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덴마크나 프랑스, 캐나다, 미국 같은 다른 곳을 가볼 여지(가 있다)”라고도 했다. 장기 여행도 검토했던 것이다. 다만 이씨의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리스 당국의 한국발(發) 여행객 입국 금지 조치를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올해 2월에도 고교 동창들과 베트남 호찌민을 일주일간 여행했다. 정부가 “베트남 여행 자체를 최소화해 달라”고 권고하던 때였다. 그는 베트남에서 돌아온 뒤 곧바로 카리브해에 있는 프랑스령 마르티니크섬으로 여행을 떠났다.

조선일보

강경화 외교장관의 코로나 관련 발언


강 장관은 그동안 해외 언론 인터뷰와 콘퍼런스 등을 통해 이른바 ‘K-방역' 홍보에 앞장서 왔다. 그는 지난 8월 외교안보연구소(IFANS) 회의에서 “정부를 신뢰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사람에게 시민 참여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꼈다”며 “집행력을 동원해 고집스러운 비(非)협력자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재확산의 책임을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 일부 국민 탓으로 돌린 것으로 해석됐다. 5월엔 사생활 침해 지적을 받은 방역 당국의 코로나 확진자 추적 체계를 옹호하며 “사생활은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강 장관의 남편은 자유롭게 여행하며 방역 지침을 무시하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인 것이다. 전직 외교부 간부는 “앞에서는 방역 협조를 호소해 놓고 뒤에서는 정반대 행동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 장관은 4일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쨌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배우자의 귀국을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 간 것이라 (귀국을)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야(與野)는 강 장관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부적절했다”고 했다.

신영대 대변인은 “코로나로 귀성길에 오르지 못한 수많은 국민께 실망을 안겨 드린 점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코로나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죽어나가는데, 고관대작 가족은 여행에 요트까지 챙기며 욜로(YOLO·'인생은 한 번뿐')를 즐긴다”고 했다.

외교부 내 해외 출입국자에 대한 방역 지침도 일관성 없는 고무줄 잣대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미국에 다녀온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14일간 자가 격리를 했다. 반면 강 장관은 베트남 출장 뒤 사흘만 능동 감시를 위한 공가(公暇)를 썼다. 강 장관은 지난 8월 독일 출장 후에는 정상 출근했다. 지난 7월 한국에 다녀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자국의 음성 진단서를 제출했지만 오산공군기지에서 다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지난 8월 방한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입국 당시 검사를 받지 않았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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