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앨 고어 후 처음 민주 지지율 높아
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포츠빌 도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포츠빌=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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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민주당의 2020년 영웅은 나이 든 ‘슈퍼 유권자’가 될 것이다.”
한 달도 남지 않은 미국 대선에서 65세 이상인 ‘시니어’ 유권자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결정적 지원군으로 주목 받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등록유권자 4분의1을 차지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승리 확률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0년 조지 W 부시와 맞붙은 앨 고어 이후 65세 이상 유권자 그룹에서 우위를 점한 민주당 대선 후보는 바이든이 처음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노년층 표심에 따라 바이든으로 기울고 있는 대표 경합주(州) 펜실베이니아 선거 판도를 들여다봤다. 최근 WP와 ABC방송 공동 여론조사 결과, 65세가 넘는 펜실베이니아 유권자의 52%가 바이든을 지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47%)을 제쳤다. 펜실베이니아를 가져가면 바이든의 승리 가능성도 높아져 당락을 점칠 수 있는 핵심 지표라는 것이다. 4년 전 트럼프가 이 곳에서 4만4,292표 차로 이겼을 때는 노년층 표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아닌 트럼프로 향했었다.
전국단위 여론조사인 지난달 몬머스대 조사 결과에서도 65세 이상 유권자의 54%가 바이든을 택해 트럼프(43%)를 11%포인트나 앞섰다. 전 연령대 바이든의 지지율(51%)보다도 높다. 플로리다주 역시 은퇴자들이 늘면서 민주당에 유리한 조건이 자연스레 형성됐고, 오랜 기간 공화당 텃밭이었던 애리조나주도 인구 변화 등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실버 세대는 투표 의지도 충만해 바이든 선호 현상이 실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당장 2016년 대선만 봐도 65세 이상 유권자의 71%가 투표에 참여했는데, 이는 18~29세 투표율(46%)과 비교하면 1.5배에 달한다. 신문은 “바이든의 승리 가능성을 놓고 젊은 운동가ㆍ유권자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사실 핵심은 모든 선거에 성실하게 참여하는 시니어 그룹”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이 바이든을 지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노년층이 가장 취약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진 탓도 있지만, 파격 행보만 일삼는 트럼프가 대통령답지 못하다는 판단도 한 몫을 했다. 몬머스대 여론조사 담당 패트릭 머레이는 인터넷매체 복스에에서 “워싱턴에 워낙 많은 동요가 있어 트럼프를 외면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성향 노년층 인구 자체도 증가했다. 미국에선 매일 1만명이 65세가 되면서 지난 10년간 노인 인구가 3분의1 이상 증가했다. WP는 기후변화 투사로 변신한 할리우드 원로 여배우 제인 폰다(82)를 예로 들면서 ‘과거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고 인종ㆍ성(性) 평등과 동성애자 권리를 위해 행진하던 사람들’을 슈퍼 유권자로 규정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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