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 보좌관 확진
백악관·트럼프 관련 확진자 총 21명
그 중 14명이 트럼프 '이너써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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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이후 미 정가에 확진자가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있다. 6일(현지시간)까지 백악관에서만 최소 10명이 확진됐고, 의회 공화당 의원들에 이어 군 수뇌부로까지 퍼지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머리'로 불리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 정책보좌관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5일 넘게 자가 격리 상태에서 원격 근무하고 있다"면서 "어제까지 매일 음성 판정을 받다 오늘 양성 판정을 받았고 자가 격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 설계자로 트럼프의 연설문을 담당하는 핵심 참모다.
밀러는 지난달 29일 오하이오주 대선 후보 TV토론과 다음날 미네소타주 유세 등에 수행했다. 앞서 확진된 호프 힉스 백악관 보좌관, 켈리앤 콘웨이 전 백악관 고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빌 스테피언 선대본부장과 함께 TV 토론 준비를 도왔다.
지난달 28일 TV토론 준비 모임에 참석한 8명 가운데 현재까지 6명이 확진됐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한 차례 음성 판정이 나온 뒤 두 번째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밀러 보좌관 부인인 케이티 밀러 펜스 부통령실 공보국장은 7일 유타주에서 열리는 부통령 TV 토론에 펜스를 수행했다가 남편의 확진 소식을 듣고 황급히 토론지원팀에서 빠졌다. 이를 두고 펜스 부통령도 안심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케이티는 지난 5월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 보좌관. 그는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설계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 담당이어서 트럼프 복심으로 불린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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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백악관으로 파견된 직원 두 명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한 명은 미국 핵무기 코드가 포함된 핵 가방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은 백악관 군사실 소속 제이나 매캐론 해안경비대 보좌관이다.
핵 가방은 대통령이 유사시 핵 공격을 승인할 때 사용하는 핵 암호가 든 검은색 가방이다. 대통령이 이동할 때 수행 보좌관이 들고 다닌다. 다른 한 명은 대통령 수발을 드는 현역 군인이다.
군에서는 미 해안경비대 찰스 레이 부사령관이 코로나19로 확진되면서 이날부터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 장성 9명이 격리됐다.
레이 부사령관은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연 장병 유가족 초대 리셉션에 참석했다. 백악관 대변인실은 전날 케일리 매커내니 대변인과 직원 2명이 양성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이날 확진자 2명을 추가했다.
이날까지 백악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21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최측근은 12명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미국 백악관 기자회견장을 한 직원이 소독하고 있다. 백악관에서 잇따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시설 곳곳을 소독하고 청소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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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걸렸거나 자가 격리, 재택근무에 들어간 직원이 늘면서 백악관 웨스트윙의 사무실은 대부분 비었다. 짐 아코스타 CNN 기자는 "원격 근무자가 늘면서 백악관이 텅 비었다"면서 "백악관 직원보다 출입기자가 더 많다"고 전했다.
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참모들을 찾거나, 관저 안을 배회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방에 들어가는 참모는 마스크와 보호 안경, 보호 가운 등 개인보호장비(PPE)를 갖추고 들어가도록 했다.
백악관은 확진자가 나오면 접촉자를 추적·격리·검사한다고 밝혔지만, 백악관 내 감염이 계속 확산하면서 방역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매커내니 대변인의 경우 힉스 보좌관과 접촉했음에도 확진 받을 때까지 계속 정상 출근해 마스크도 안 쓴 채 기자회견을 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보좌관과 호프 힉스 보좌관이 지난달 21일 마린원으로 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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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악관에 추적 조사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CNN은 "조사가 깊이 들어가다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마지막으로 음성 검사를 받았는지, 최초 양성 판정 날짜와 첫 증상 발현은 언제였는지 드러날 수 있으니, CDC에 안 맡기는 것 아니겠냐"고 추측했다.
숀 콘리 주치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월터리드 군병원에서 퇴원해 백악관에 복귀한 뒤 편안한 첫 밤을 보냈다고 전했다. 콘리는 성명을 통해 "활력 징후와 신체적 검사는 안정적이었고, 산소포화도는 95∼97%였다"면서 코로나19와 관련한 어떤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한다. 뉴욕의 호흡기내과 전문의 맨갈라 나라심한은 뉴욕타임스(NYT)에 "폐에 문제가 있을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런 환자에게만 주는 약을 다량으로 투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흡기 중환자 전문인 탈마지 킹 주니어 UC샌프란시스코 의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계단을 따라 백악관 2층으로 걸어 올라간 뒤 숨 쉴 때 목 근육을 이용하는 게 보였다면서 "그렇게 숨 쉬는 건 폐가 충분한 산소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고전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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