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여전히 여론이 좋지 않은 데다 정부 역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한 재응시 기회를 주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사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 주요 대학병원장 고개 숙여…"선배들을 질책해달라"
김영훈 고려대학교의료원장은 오늘(8일)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매우 힘든 시기에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문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 자리에는 김 의료원장과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장(국립대학병원협회 회장), 윤동섭 연세대학교의료원장, 김영모 인하대학교의료원장(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 회장)이 함께했습니다.
그는 신규 의사가 배출되지 못할 경우 심각한 의료공백이 우려된다며 의대생들이 국시를 재응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인으로서 또 선배로서 지금도 환자 곁을 지키고 코로나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사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질책은 선배들에게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이렇게 발표한 이후 별다른 질의응답 시간은 갖지 않았습니다.
◇ "의대생들은 죄가 없다" vs "국민 공감과 동의 선행돼야"
병원장 4명은 발표 직후 전현희 권익위원장과의 간담회를 갖고 의대생의 의사 국시 재응시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김 의료원장은 간담회 시작 전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 팬더믹 중 의료정책을 추진하려고 했던 정부도 책임이 있다"며 "(학생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국시 기회를 완전히 차버리게 된 건데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닌 2천700명 의사가 배출되지 못하는 국가적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의료원장은 "코로나19 상황인 만큼 국민들이 아무리 괘씸하게 보셨더라도 다시 기회를 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병원장들은 몇백 번 큰절이라도 하라면 하겠다. 의대생들은 죄가 없으므로 선배들을 채찍질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료공백이 장기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의료원장은 "의료공백 문제는 단순히 올해에 그치지 않고 5년 이상 우리 의료시스템의 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민들의 너그러운 양해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전 위원장은 "이 문제는 국민 공감과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오늘 병원장들의 뜻깊은 행보가 국민 공감을 끌어내는 하나의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국민 권익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살피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 병원장, '의사 국시 허용' 대국민 호소는 처음…여론 여전히 '싸늘'
주요 병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의대생의 국시 재응시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국민에 양해를 구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처럼 병원장들이 의대생을 대신해 '대리 사과'했으나 여론은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이미 정부가 의사 국시 실기시험 일정과 접수기한을 변경하는 등 의대생들에 일종의 혜택을 줬는데도 자발적으로 시험을 거부한 만큼 재응시 허용을 반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이에 앞서 의대생들이 대한전공의협의회 등과 함께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에 반대하는 단체행동을 벌이며 국시를 거부하자 정부는 애초 9월 1일에 시작할 예정이던 실기시험을 9월 8일로 일주일 연기한 바 있습니다. 재신청 기한 역시 두 차례 연장했습니다.
정부 역시 의대생들에 국시 응시 기회를 주기 위해선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누누이 밝혀왔습니다. 현재 정부는 '추가 시험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거부한 의대생들은 응시 대상사 3천172명 중 2천726명입니다. 이들은 지난달 4일 대한의사협회와 정부, 여당이 문제가 된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합의한 후에도 국시 거부 의사를 철회하지 않다가 같은 달 24일 국시에 응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의사 국시 실기시험은 지난달 8일 시작해 약 한 달이 흘렀습니다. 응시대상자 중 14%인 446명이 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실기시험은 11월 20일까지 시행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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