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총리가 2017년 9월11일 오후 경기 광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 나눔의집을 방문해 이용수 할머니와 포옹을 하고 있다. 광주|김창길 기자 |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11일(현지시간) “일본의 전쟁범죄를 은폐하는 데 가담해서는 안 된다”면서 베를린 도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소녀상 철거를 결정한 베를린 미테구청에 보낸 공개 서한을 통해서다.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독일 현지에서 소녀상 철거에 반대하는 가처분을 신청할 예정이다. 온라인 청원 운동도 시작됐다.
슈뢰더 전 총리의 부인 김소연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남편과 함께 베를린 미테구가 평화의 소녀상 허가를 그대로 유지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슈테판 폰 다쎌 미테구청장에게 전달한 편지를 공개했다. 슈뢰더 전 총리 부부는 소녀상 철거에 대해 “잔인한 폭력으로 고통받은 소위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저버리는 반역사적 결정”이라며 “나치의 역사를 청산함으로써 전 세계의 존경을 받고 있는 독일 관청이 일본의 전쟁범죄를 은폐하는 데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한국인 통역가이던 김씨는 2018년 10월 슈뢰더 전 총리와 결혼했다.
독일 사회민주당 당수로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집권했던 슈뢰더 전 총리는 ‘일본 군 위안부’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2017년 9월 외국 전·현직 국가원수로는 최초로 한국 위안부 할머니들의 거처인 나눔의집을 방문했다. 당시 슈뢰더 전 총리는 “할머니들이 당한 희생과 고통은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와 다르지 않다”면서 일본 정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코리아협의회는 12일 베를린 행정법원에 철거명령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예정이다. 13일에는 미테구의 소녀상 주변에서 철거 반대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철거 반대 온라인 청원 운동(https://www.petitionen.com)도 시작돼 이날까지 약 3000명이 서명했다.
앞서 미테구청은 지난달 말 소녀상 설치를 허가했지만, 일본 정부가 항의하자 지난 7일 코리아협의회에 철거명령을 내렸다. 구청은 14일까지 소녀상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 집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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